4.29 폭동 이후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건 왜일까. 이제 폭동은 끝난 것일까. 92년의 LA 폭동 28년 전인 1965년에는 대규모의 와츠 폭동이 있었다. 92년의 LA 폭동 당시에도 규모는 이지역이 가장 컸지만 사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폭동이 미 전역 20여개 대도시에서 일어났었다. 어떤 역사학자는 미국의 사회구조상 이러한 폭동은 주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폭동은 또 일어날 것인가.
지난 92년과 같은 재앙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과거의 폭동때 나타났던, 폭동을 예고하는 다양한 사회현상을 빨리 파악하여 대책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시와 카운티에 있는 인간관계위원회는 다양한 인종, 계층간의 갈등을 해소하여 폭동과 같은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이 인간관계위원회의 한 커미셔너 말씀이 “ LA 폭동 당시처럼 지금 다시 갱폭력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92년 당시 한인타운을 포함한 LA 일부 지역은 극심한 갱폭력으로 인해 흡사 전쟁터와 같았고, 이러한 갱 활동지역은 폭동 피해지역과 거의 일치하는 현상을 보인 바 있다.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청소년들을 갱폭력으로 몰았을까. 당시 그 지역의 18세에서 30세 사이 청년실업률은 40%를 넘기고 있었다. 직업도 없고,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이 쉽게 갱에 가담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사실이다. 결국 실업률을 낮추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실업률을 낮춘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길게 보고 차근 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먼저 교육제도를 강화해서 기본 교육수준을 높여 직업창출을 해야 한다. 커뮤니티간의 장벽을 없애 일자리가 많은 커뮤니티는 타 커뮤니티에서 노동력을 영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적임자임에도 특정 인종이기 때문에 고용을 안하는 인종적 편견도 실업률을 낮추는 데 커다란 장벽이다. 우리 한인업주들이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고 진취적으로 생각을 바꾼다면 궁극적으로 불안한 커뮤니티의 실업율을 낮추고 커뮤니티간의 이해를 증진시켜 폭동 예방에까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실 4.29 폭동 이후 흑인 커뮤니티에서 한인커뮤니티에 전달했던 부탁이기도 하다.
작년에 LA 폭동 14주년을 전후해서 다민족 이민커뮤니티는 이민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올해도 그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으나 비슷한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미 라티노 커뮤니티를 주축으로 하는 대형 시위가 있었고 다가오는 5월 1일에는 이민자 권익을 요구하는 다인종 이민커뮤니티의 시위가 또 있을 예정이라 한다.
작년 이민자 총파업 참여 문제를 놓고 많은 한인업소들에서 의견이 분분했었던 기억이 난다. 라티노 직원들을 많이 쓰는 업주들은 업소의 매상과 시위 참여를 원하는 라티노 직원들 사이에서 쉽지 않은 고민을 했었다. 올해 또 다시 맞닥뜨리게 된 쉽지 않은 문제에 대한 혜안을 다음과 같은 한 사례를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타운 내에 많이 알려진 한식당 업주 부부는 고민 끝에 시위참여를 원하는 모든 직원을 하루 유급으로 쉬게 해 주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라틴계 직원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이민자 권익 시위에 참가했다. 그런데 그 이후 일손이 모자라 쩔쩔 매는 졸업시즌, 어머니날 등에 직원들이 업주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너도나도 자발적으로 나서 오히려 매상도 오르고 업소 분위기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참으로 흐뭇한 결과이며 폭동을 방지하는 지혜는 바로 이렇게 덕을 쌓는 한인업주들의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홍순형 가주 간호사협회 조직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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