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2000년 넘게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면서 돼지고기, 쇠고기 등 육류소비가 늘었다. 가축을 잘 먹여야 나중에 맛난 고기를 먹을 수 있으니 일단 가축사료가 충분해야 한다. 그래서 콩의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두부를 만들어 먹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콩이 필요하다. 중국은 땅은 넓지만 공장건설에 혈안이 돼 있다. 물도 부족해 콩을 넉넉히 생산할 수 없다. 중국은 물 부족현상을 감안해 물 소비가 적으면서도 수출시장 상황이 좋은 과일, 채소, 곡물 종류를 선별해 경작하고 있다. 물 소비가 많은 콩 재배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1만5,000마일이나 떨어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농사를 짓지만 요즘 생물연료 생산에 혈안이 돼 있어 적절한 콩 공급처가 되지 못한다. 브라질은 이에 비하면 아직 농지 가격이 싸고 물이 풍부해 콩 생산지로서 적격이다.
<브라질 론도노폴리스에서 생산된 콩을 가득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
경제성장 따라 육식 늘어 가축사료용 콩 수요급증
물 부족 등 환경 부적합 지난해 브라질서 1,100만톤 수입
정부, 열악한 브라질 영농시스템 현대화에 대거 투자
“곡물회사만 이득 챙겨” 브라질 농민들 대풍속 빈곤 착잡
중국은 광물, 에너지, 식량 등 중국 국민들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본 물품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에 힘쓰고 있다. 콩 수입도 이의 일환이다. 한 때 일본이 고도성장을 누릴 때 미국으로부터 농산품을 수입했었는데 중국과 브라질이 비슷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하지만 중국의 13억인구에 필요한 고기를 공급하는 데 쓰일 콩을 생산하는 문제는 의미가 더 크다.
물론 미국의 농부들이 첨단 기기와 체계화된 영농 시스템 덕으로 국제곡물 시장에서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부상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1억7,500만 에이커를 경작하고 있는 브라질은 농지를 2배로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농지와 맞먹는 수준이 된다.
후진타오 중국 대통령이 최근 남미방문 때 중국과 브라질의 곡물 산업 협력관계를 강조하면서 브라질의 콩 생산 산업에 활기는 더하게 됐다. 후진타오 대통령은 브라질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확립했다. 중국의 콩 소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지난해 브라질은 약 1,100만톤의 콩을 중국에 수출했다. 2005년보다 50%, 2004년보다 2배나 증가했다. 가히 폭발적인 수요라 하겠다.
브라질은 올해도 기록적인 대풍을 거둘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래도 중국의 ‘꺼지지 않는 배’를 채우기에는 충분치 않다. 미국이 여전히 최대 콩 생산국이지만 수출물량으로는 브라질이 지난해 선두자리를 꿰찼다. 올해 미국이 수출 1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미국의 콩 수출은 2009-2010년께 23%나 감소할 것으로 연방농무부는 전망했다.
브라질 국민들이 중국에 콩을 대량 수출한다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대 중국 수출의존으로 인해 콩 이외의 다른 산업부문에서 적자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주안점을 두지 않을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브라질은 대 중국 콩 수출 이외에는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저가 중국산 제품들이 대거 브라질 땅에 상륙하고 있다.
<론도노폴리스에는 콩을 운반하는 트럭들이 장사진을 이룬다. 길면 2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물량을 싣고 떠날 수 있다. 한 트럭운전사가 트럭 안에 마련된 임시 부엌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브라질 농부들이 콩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수입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브라질의 교통망은 열악하다. 농지에서 항구까지 콩을 실어 나르는 데 드는 비용이 미국의 물류비용의 4배나 된다. 교통망이 나쁘다보니 여기저기 중간기착지에서 ‘뜯기는 돈’이 많다. 도로는 울퉁불퉁하고 선박에 실을 때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마토 그로소 지역의 농부들에게 ‘콩 대박’은 남의 얘기이다. 엄청난 양의 콩을 수확해도 저장할 곳이 부족하다. 그러니 수확하자마자 팔아야 한다.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열심히 땀 흘려 농사를 지어놓고도 적자보기 일쑤이니 울화통 터질 일이다.
농부 리카르도 톰지끄는 “우리는 대형 곡물회사의 노예처럼 산다. 그들에게서 비료를 비싸게 구입해서 농사를 지어봤자 남는 게 없다”고 했다. 대형 곡물회사는 지난해 비료 구입비 등을 지불하지 않은 농부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브라질은 수출 망을 다변화하길 원한다. 중국에 너무 의존하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브라질은 2004년 빨간 콩 파동을 잊지 못한다. 빨간 콩이 오염됐다며 선적을 거부한 중국정부의 결정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브라질은 중국 외에 다른 나라들에도 콩을 팔 수 있도록 다변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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