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경력 26년의 베테런인 LAPD 한상진 수사관은 “한인들을 위한 공공봉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신효섭 기자>
한인 곁에서 26년 ‘타운의 지팡이’
LA경찰국(LAPD)의 아시안 갱 담당 유닛 수사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상진(54)씨. 그는 LAPD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경찰관이다. 지난 81년 LAPD에 입문해 지금까지 경찰 경력의 거의 대부분을 한인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한인들에게 봉사하는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로 경찰 경력 26년째인 베테런 한상진 수사관을 만나 한인 경찰관으로서의 경험과 보람, 그리고 꿈에 대해 들어봤다.
71년 미국 와 81년 경관 배지… 한인중 두번째 고참
범죄 피해당한 한인 사건 신속하게 수사·처리해 명성
“힘든만큼 보람도 커… 한인 젊은이 적극 지원 기대”
2012년 은퇴한 후 여행가방 둘러메고 세계일주 꿈
공공 서비스직인 경찰관으로서 한인들을 위해 봉사하는 게 저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한상진 수사관은 경찰관이 천직인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의협심이 강했고 힘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경찰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린 적이 없다고 한다.
18세때인 1971년 의사였던 부친을 따라 가족과 함께 오하이오주로 이민을 와 미국 생활을 시작한 한 수사관은 “한국에 있었어도 경찰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부친의 뒤를 이어 의사의 길을 걸을 법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보아온 의사라는 직업이 내게는 그리 매력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미국에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켄트 스테이트 대학에 진학해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것도 경찰의 꿈을 펼치기 위한 것이었다.
“대학 시절 학교 도서관에 배달되는 한인 신문을 빠짐없이 보곤 했죠. 당시 LA의 한인 소식 중에 코리아타운의 한인들이 갱 문제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기사가 확 눈에 띄었습니다. 그때 ‘한인들이 많은 LA로 가 경찰을 해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하게 됐죠”
이렇게 해서 대학 졸업후 LA행 비행기를 탄 게 한 수사관과 LA 한인 커뮤니티와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1981년 LAPD 경찰아카데미에 지원해 6개월간의 고된 훈련을 거쳐 마침내 고대하던 경관 배지를 달게 됐다.
당시에는 LAPD에 한인 경찰관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여서 한 수사관은 LAPD에서 6번째 한인 경관이었다. 폴 김 전 커맨더, 더글러스 서 전 캡틴 등 쟁쟁한 그의 선배들이 모두 은퇴한 지금 한 수사관은 경찰 입문 순서로 하면 단 변 웨스트LA 순찰반장에 이어 LAPD 한인 경관들 중 두 번째 고참이다.
경찰아카데미를 졸업하고 1년간 수습 경관 과정을 밟기 위해 한인타운 관할 윌셔경찰서에 배치된 한 수사관은 수습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동양인수사과에 정식 발탁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7년간 동양인수사과에서 일하다 한인 케이스가 많아진 부도수표 단속반에서 그를 데려갔고 수사관(detective)으로 승진한 뒤 다시 윌셔경찰서로 와 95년까지 근무했다.
“95년 웨스트 밸리 경찰서로 발령이 났는데 처음 한인 커뮤니티와 떨어진 때였죠. 발령 한 두 달 후인데 밤에 자다가 동양인수사과에서 자리가 비었는데 오겠느냐고 제안을 받는 꿈을 꾼거예요. 그런데 얼마 안 있다 실제로 동양인 수사과에서 오라고 하더라고요. 흔히들 팔자라는 말을 쓰지만 정말 한인들을 위해 일할 운명이라는 걸 확실히 느꼈죠”
한 수사관은 이때부터 지금까지 동양인수사과와 아시안 갱 전담반을 떠나지 않고 근무해오고 있으니 경찰 경력의 거의 대부분을 한인 관련 사건을 수사하고 처리하며 한인들과 호흡을 함께 해온 셈이다.
이렇게 한인 커뮤니티와 밀접하게 일하다보니 잊지 못할 경험도 많았다. 한 수사관은 신참 경관 시절 할리웃 힐의 한인 가정에서 3세 여자 아이가 유괴됐던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할머니와 아이만 있던 집에 납치범이 들어와 아이를 유괴한 뒤 몸값을 요구했는데, 당시 그가 가족으로 위장하고 범인을 만나러 나가 기지를 발휘, 추격전 끝에 범인이 사살되고 아이를 무사히 구해내는데 일조한 사건이었다.
한 수사관은 “한인 관련 부서에 주로 근무해오면서 한인타운에 저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고 또 한인 피해자나 관련자들이 저를 믿고 마음을 열어줘 수사 협조를 쉽게 받을 수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5년 넘게 한인 커뮤니티와 가깝게 일하면서 안타까운 점도 많다. 한 수사관은 “예전에는 한인들이 주로 비한인들에게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인들간 범죄 발생이 너무 많이 늘어난 게 큰 차이점”이라며 “특히 한인들끼리 신분도용이나 사기 등 지능적인 화이트칼러 범죄가 너무 많아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위법을 하고도 한인 경관들을 만나면 억지를 부리는 한인들도 가끔 있는데 이런 모습도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수사관은 현재 아시안 갱 범죄 관련 전문가로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LAPD 내부에서나 다른 지역의 치안기관들을 대상으로 아시안 갱 관련 브리핑과 교육 활동에도 여념이 없다. 한 수사관은 “미국 전체에서 동양인수사과가 별도로 설치돼 있는 경찰국은 LAPD밖에 없다”며 “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아시안 범죄 수사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APD 한인 경찰로서는 최고참급인 한 수사관에게는 후배 한인 경찰관들이 더욱 많이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크다. “범죄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들을 돕고 싶어 하는 진정한 마음을 가진 한인 젊은이들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경찰관직은 힘들지만 보람도 그만큼 큰 직업입니다. 보수도 적지 않고 정신적으로 마음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어려운 사정으로 조언과 도움을 받은 한인들이 ‘이제 발 뻗고 잠잘 수 있겠다’ ‘마음의 짐을 덜었다’며 고마워할 때 느끼는 기쁨은 정말 크죠”
한 수사관은 앞으로 경찰 생활 30년을 채우고 은퇴하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한다. 앞으로 5년 뒤인 2012년을 그의 인생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해 가방 메고 세계를 돌아다니는것이 꿈이지만, 한인들을 돕고 싶은데 지금은 현역에 있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어 이를 은퇴 후에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 자격으로 경찰이나 범죄 문제 관련 궁금증을 풀어주고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는 봉사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은퇴 후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뿐, 그는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진 수사관의 모습을 언제나 잃지 않는다. “현재 한인 사회의 인신매매와 매춘이 상상 이상으로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선량한 사람들을 울리는 범죄들이 한인타운에서 빨리 근절되기 위해서는 한인들의 신고정신이 가장 필요합니다. 피해자나 신고자의 신원에 대한 비밀은 철저히 보장하니 두려워말고 빠짐없이 신고해 주면 좋겠습니다”
<김종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