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 부동산 그룹’의 남문기(53) 회장. 그는 LA에 사는 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성공한 부동산 기업가로 한국에서도 유명세를 타기도 한 남 회장은 지금 28대 LA한인회 회장으로서 LA 한인사회를 대표하기 위한 활동에도 여념이 없다. 그의 성공 스토리의 이면에 자리한 평소 철학과 한인회장으로서의 비전 등을 들어보기 위해 남 회장을 한인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82년 청소업으로 미국생활 시작 87년 부동산업 투신
첫해에만 주택 77채 매매 커미션 38만달러 벌어들여
타고난 성실, 탁월한 판단력, 친화력, 프로정신 결합
지점 70여개, 계열사 8개, 직원 2천여명 ‘그룹’ 키워
작년 직선 한인회장 선출...’비전 바로 세우기’ 주력
남문기 회장의 성공적 이민 스토리는 흔히 ‘300달러로 이룬 아메리칸 드림’으로 통한다. 한국에서는 이같은 제목의 KBS의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됐고 주요 언론에 크게 조명됐다. 남 회장은 지난해 ‘잘 하겠습니다-미국 땅을 울린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성공 과정과 전략 등을 상세히 담은 자서전을 출판, 그의 스토리는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가 됐다.
남 회장의 자서전에 기록돼 있는 대로 그는 건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2년간 주택은행에 근무하다 1982년 단돈 300달러를 들고 부인과 함께 미국 이민 길에 오른다. 우연히 만난 주한미군 출신 청소용역업체 사장의 도움으로 빌딩청소 일을 하다 87년 부동산업의 미래를 보고 부동산 에이전트로 전업, 1년만인 88년 현 뉴스타 그룹의 모태인 뉴스타 부동산을 창업했다.
당시 초보 부동산 에이전트의 통상 연 수입이라야 중개 수수료 3만~5만달러를 손에 쥐는 정도였지만 남 회장은 첫 해 무려 77채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커미션으로 38만달러를 버는 실적을 올린 것은 전설적인 이야기다. 이후 뉴스타 부동산은 급성장가도를 거듭, 현재는 전국 70여개 지점과 8개의 계열사에 소속 에이전트와 직원이 2,000여명, 연 거래 부동산 규모가 30억달러 정도에 달하는 ‘그룹’이 됐다.
무엇이 이같은 성공을 가능케 했을까. 이 질문에 남 회장은 한 마디로 ‘성실’이 아니겠냐고 한다. 그러나 남 회장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에게 타고난 성실함 뿐 아니라 탁월한 판단력과 특유의 친화력, 세일즈맨으로서의 프로정신, 그리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하면 된다’는 정신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남 회장은 평소 한국 해병대 복무 경험과 이민 초창기 빌딩 청소 경험에서 도전 정신과 노동의 신성함을 체득한 것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강조한다.
남 회장은 또 검소하고 소탈한 스타일이다. 그는 집에서 84년에 산 TV를 18년이나 사용한 일화도 있다. 권위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쉽게 친해진다고 한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나를 직접 만나보지 않고 하는 이야기들”이라며 “한번만 만나 보면 친해질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남 회장은 현재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뉴스타 부동산’과 더불어 LA한인회 일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직선제 선거를 통해 한인회장에 당선된 남 회장은 “한인회를 맡고 보니 미국과 한국 정부 상대 활동에서부터 한인사회 이미지 제고, 그랜트 확보, 노인 등 한인 복지와 청소년 문제, 초기 이민자 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한인회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지금 한인회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기 위한 비전 세우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회장 혼자가 아니라 한인회 이사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한인회는 이사 85명이 실질적으로 뛰고 있습니다. 또 한인회 사무국의 민원해결 역할에 초점을 둬 건수도 늘어나고 인식도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남 회장은 이어 “한인회가 한인들의 권익을 대변하기 위해 정말 제대로 된 역할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일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인 기업들과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한인사회 발전을 위한 기획․연구 프로젝트를 한인회에 마련하는 바램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내 각 지역 현직 한인회를 하나로 모으는 구상도 내비쳤다. 이같은 일을 통해 한인회의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한인들이 단합해 더욱 발전하는 한인사회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LA한인회는 모델케이스로 만들고 싶다”는 게 남 회장의 말이다.
남문기 회장은 한인들이 미국에서 부동산을 늘려가는 것이 ‘한국의 영토 확장’이라는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다. “한인들이 미국에 땅과 부동산을 많이 가질수록 그만큼 한국 땅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해외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을 ‘국부 유출’로 생각하는데 그렇게 몰아가서는 안 된다는 게 남 회장의 지론이다. 미국 각계에서 유대인들의 파워가 센 데 한인들도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남 회장은 미국 내 한인 인구가 1,000만명이 넘어 먼 훗날 한인 출신 주지사와 대통령이 배출되는 비전을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미국에만 신경 써라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국에 살고 있지만 한인들의 뿌리는 한국이고 미주 한인들과 한국이 공히 잘 돼야 서로가 발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남 회장은 이어 “한인회장 된다고 하니까 이를 발판으로 한국 정치에 나갈 생각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는데 한인회장 명함을 바탕으로 뭘 하겠다거나 무슨 업적을 남기려는 목적은 없다”며 “다만 한인회장으로서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 한인의 수가 수백만이라는 데 이제는 미주 한인들이 미국에서 배운 합리적인 제도와 식견을 바탕으로 한국에 가서 국회의원도 하면서 한국의 정치와 제도 선진화에 기여하고 해외 한인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남문기 회장 약력>
▲경북 의성 출생
▲건국대 법대․경영대학원 졸업
▲남가주 건국대 동문회장 역임
▲재미 해병전우회장 역임
▲미래은행 이사
▲한국 부동산 금융정책 연구소 자문위원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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