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뿜는 만큼 ‘양심적 도네이션’
환경보호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영국인 새미 그로버(28)는 2년 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여행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애인 제니퍼 버틀러와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로버는 자신이 탄 비행기가 뿜어내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책임을 경제적으로 부담하기로 했다. 환경보호를 위한 영국기업인 클라이미트 케어(Climate Care)에 적정한 부담금을 지불했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거래 프로젝트’가 자칫 양심적 기부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어 기존의 석유의존도를 전혀 낮추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명 ‘탄소 거래 프로젝트’ 60여개 회사 주도
소비자·오염배출기업들 지원으로 환경 운동
호응 속 지난해 1억1,100만달러 규모로 성장
“석유의존 낮추는 근본 해결책 안돼” 회의론도
그로버의 행동은 더 이상 기이하지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지구 환경보호를 위해 이러한 행동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을 하거나 일회용 기저귀를 사용하거나 비행기를 타거나 모두 지구를 오염시키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러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조금씩 분담하자는 취지이다. 일명 ‘탄소 거래 프로젝트’(Carbon-Trade Project)이다.
연예인, 정치인들도 요즘은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개발의 미명아래 남벌이 횡행하고 있는 아프리카나 인도에 가서 나무를 심거나 재생 에너지 개발을 위한 투자도 한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캠페인에 가세했다. 이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탄소 거래’를 통해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기업들은 미국과 영국의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이들 기업과 환경지킴이들은 탄소 배출에 대한 경제적 분담 시스템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과학자들은 실제 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스티브 레이너 교수는 “이들 기업들은 좋은 취지에서 일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꾸준히 모니터하고 적절히 운영하는 데 문제점이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고 했다. 레이너 교수는 “그저 환경에 신경을 쓰는 일반인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점은 인정되지만 그런 상태에서 지구 오염은 계속될 뿐”이라고 했다.
일부 탄소 거래 회사들은 남벌이 심한 지역에 나무를 대거 심는 작업을 하면서도, 이 보다는 깨끗한 난로제작, 풍력에너지 개발, 그리고 대기오염을 야기하는 업체들을 상대로 직접적인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전환하기로 했다.
<제니퍼 버틀러와 새미 그로버는 자신들의 행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경제적으로 분담하기 위해 일명 ‘탄소 거래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현재 적어도 60개의 탄소 거래 회사가 있으며 이들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탄소 거래’ 규모가 1억1,1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이미트 케어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모은 환경기금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에너지절약형 전구를 공급했다. 그런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서 주민들에게 이 전구를 대량 공급했다. 결국 공급될 일을 굳이 클라이미트 케어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있다.
나무심기만 해도 그렇다. 대량 식목은 지역 주민들 간 유혈충돌을 낳기도 했다. 일부 토지주인들은 자신의 땅을 침범해 마음대로 나무를 심는다며 총격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있던 일이다. 국경지역에서는 법이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해 이러한 불상사가 빈발하고 있다.
관련 회사들은 이러한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어느 정도 실현될지 미지수란 게 현지의 반응이다. 탄소 거래를 통한 환경보호 투자 프로젝트의 효율성에 대한 회의가 싹트고 있는 것이다.
탄소 거래 프로젝트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소비자 개개인이 환경오염에 대해 자각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지만, 일면 현상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정면 대응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자동차를 많이 운전하고 비행기를 타면서 양심의 가책으로 ‘탄소 거래 프로젝트’에 한발을 담그고 있지만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뚜렷한 행동은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을 해결할 액션을 취하지 않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지구온난화 해결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이다.
양심의 가책을 탄소 거래 프로젝트가 해결해줌으로써 소비자들은 단거리 비행을 더 자주하고 대형 차량을 계속 운전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대기오염을 더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예를 들어, 클라이미트 케어는 자동차 업체인 랜드로버와 SUV에 대한 ‘탄소 거래’를 했다. SUV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대신 이들 차량에 대한 소위 양심적 분담금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셈이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전용기 보잉767을 타고 다닌다. 이 비행기가 대기오염을 시킨다는 데 양심의 가책을 받아 탄소 거래에 동참했다. 하지만 그 효과에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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