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를 목전에 앞둔 김응문 교장은 아직도 일선을 누비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진천규 기자>
“수강생 8만명 거쳤지요”
‘김스운전학교’의 김응문(67) 교장은 ‘핸들의 달인’이라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혈기왕성하던 30대 초반 LA카운티 첫 소수계 운전강사가 된 이후부터 고희를 목전에 둔 지금까지 자동차와 함께 34년을 보냈다.
“형님이 그렇게 말리셨어요. 돈을 벌기는커녕 교통사고로 빨리 죽을 거라고. 처음엔 오기도 생겨 시작했는데, 어느 덧 천직이 됐네요.…”
그는 지난 69년 유학생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아주사 퍼시픽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의 원래 꿈은 사회복지사. 하지만 예기치 않던 복병을 만나면서 180도 방향을 틀게 됐다.
꿈은 멀어지고 뭔가를 결정해야 했던 그 때, 2차례 거푸 떨어진 후에야 간신히 드라이버 라이선스를 받은 생각이 났다. “그래 운전학교를 만들어보자.”
‘핸들의 달인’별명
한글판 법규 준비중
당시는 한인은 물론 주류 운전학교도 흔치 않던 시절. 무작정 할리웃에 있는 ‘LA드라이버 에듀케이션 센터’로 달려가 교장을 만났다. “드라이빙 스쿨을 오픈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작달만한 코리안의 짧은 영어 물음에 황당해 할 줄 알았던 그 교장은 마침 한국전 참전용사였다.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학교설립의 필수요건인 500시간 교육을 채울 수 있도록 운전 교사직까지 제안했다. 1년간 교사직을 하며 차근차근 운전학교 오픈을 준비했다.
그 와중에 올림픽가에 첫 한인 운전학교 ‘김스’가 문을 열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스카웃됐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을까. 설립자가 얼마 지나지 않아 운영을 포기하면서 엉겁결에 학교를 맡게 됐다.
이후 김스운전학교는 가파른 성장을 이어갔다. 70년대 중반부터 밀어닥친 한인들의 이민 러시와 교통위반자 교육 프로그램, 또 한인 유일의 음주운전 교육기관으로 지정되면서 한 해 교육생은 2,000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겪었다. 80년대 중반, 지금은 없어진 남가주한인운전학교협회를 이끌었던 그는 당시 인종차별적 판정으로 물의를 일으키던 할리웃 차량등록국(DMV)의 백인 시험관을 협회 차원에서 고발했다. 결국 DMV 인사위에 회부된 그 시험관은 타지역 으로 전보됐다. 하지만 그 시험관이 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패소하자 이번에는 김 교장 개인을 상대로 100만달러 손배소를 냈다. 소를 취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이민생활에서 잊지 못할 큰 경험이 됐다.
타운내 대다수 운전학교들이 80년대 초, 중반 설립된 점을 감안하면 김스는 여전히 업계의‘맏형’이다. 그동안 배출한 운전교사만 66명, 총 교육생은 무려 8만여명에 달한다.
이 정도 ‘열매’를 거두고 ‘먹고 살만’ 하니 쉬어도 되지만 그는 ‘은퇴’라는 말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앞으로도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한다. 요즘 그는 캘리포니아 차량법규를 한글로 번역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보니 컨텐츠를 선택하고 편집을 기획하는 것조차 녹록치 않다. 이런 그의 5년간에 걸친 노고는 연말쯤 결실을 맺는다.
“한인들이 어느 민족보다 운전 법규에 대해 많이 숙지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대충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며 한인들에게 꼭 필요한 핵심만 골라 300페이지 정도 책자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다른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제대로 된 운전교육을 가르치는 것처럼 기쁜 일이 없다”는 그는 “핸들을 바르게 다루는 도를 전하는 ‘운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323)731-0833
<이해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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