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끔씩 가슴을 따주던 열쇠들이 저렇게 높이 떠 날아가선
자물통 같은 몸통을 열어주려
서로를 끌어안고 그렇게 달그락거렸던 건
외로움이 결쇠*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새알 하나
그것이 새털보다 많은 날들을 뒹굴고 뒤채이며
날개 짓을 했던 이유일 것이다
잘 가라 로맨스
깊은 강이 왜 결쇠 구멍처럼 소용돌이 치며 흐르는지
결쇠질만 남긴 몸통은 잠시 몸부림이란 좌판을 벌렸어도
새는 열쇠 가게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서규정(1949~) ‘잘 가라 로맨스’ 전문
자물통과 열쇠를 통해서 단순한 성적묘사에 그쳤다면 이처럼 아름답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로를 끌어안고 그렇게 달그락거렸던’ 것은 외로움이 만들었던 결쇠였다는 시인의 고백처럼, 영혼의 알몸까지도 기꺼이 보여줬기에 이처럼 애틋하다는 것.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는 새알 하나’가 지금까지 시인의 날개에 힘을 실어줬듯이, 또 다시 훨훨 날아가는 새였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기다려온 가슴 하나를 활짝 열어줬으면. 더 이상은 짝퉁이 아닌 열쇠가 되어.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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