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 차병원(할리웃 장로병원)이 하반신 불구 노숙자 환자를 길거리에 버린 사건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록키 델가디요 LA 시검사장은 조사 결과에 따라 강력 처벌할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은 의료서비스와 의료비 문제에 더해 LA시가 골치를 앓고있는 노숙자 문제가 얽혀있다. 퇴원시킨 노숙자 숙소 마련의 책임이 병원 쪽에 있지 않다는 의료계의 항의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황을 참작해 병원 측의 입장을 이해하기엔 이번 사건은 너무 충격적이다.
‘환자 내버리기’라는 제목으로 미 전국 뿐 아니라 국제적 관심을 끌고있는 이 사건은 지난주 LA시 빈민가에서 발생했다. 오전 10시45분경 흰색 밴 한 대가 거리에 서자 문이 열리며 하반신불구의 중년남자가 굴러 나왔다. 더러운 환자복을 입고 부서진 대변 백을 부착한 채 굴러 떨어진 그는 소지품이 든 백을 입에 물고 끌면서 거리바닥을 기어서 움직였다. 20여명이 목격한 현장이다. 목격자들은 밴의 운전사에게 휠체어나 워커가 없느냐고 소리치며 도움을 청했으나 운전사는 화장을 고치고 방향제를 뿌린후 유유히 가버렸다. 그를 들어서 의자에 옮겨 앉힌 목격자들과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들은 그처럼 냉혹하고 참담한 광경은 처음 보았다고 함께 분개했다.
LA시에서 노숙자 환자 버리기가 문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석달 전 LA 시검찰에 기소된 카이저 퍼마넨트를 비롯, 지난 2년간 여러 개 병원들이 조사를 받아왔다. 단순히 돈이 없다고 환자를 거리로 내 모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응급처치가 끝난 후 퇴원시키는 환자에게 갈 곳이 없을 때 문제가 생긴다. 노숙자 보호소에도 이런 환자들을 위한 시설이 마땅하지도, 충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도 병원이 당일 새벽1시에 환자를 앰뷸런스에 실어 자신의 주소로 써놓은 노숙자 보호소로 일단 데려갔으나 받아주지를 않아 병원으로 다시 데려온 후에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복잡한 법적 해석에 따라 그 책임 소재와 처벌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불과 2년전 LA 3대 병원 중 하나를 한인이 인수 운영한다는 사실에 느꼈던 자부심이 이제 ‘환자를 내다버린 병원’이라는 자괴감으로 바뀐 것은 극히 유감스럽다. 할리웃 차병원이 빨리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버릴 수 있도록 이번 사태해결에 성의 있는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아직 우리는 ‘의술은 인술이다’를 당연한 진리로 믿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