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기념패·판촉물 제작의 한 우물을 파며 타운과 함께 성장해 온 ‘빅토리 트로피’의 이창건 사장은 “그동안 도움을 준 한인들이 너무 많아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복 많은 덕에 장수했죠”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하지만 더욱 아름다운 것은 한 번 선택한 길을 곁눈 팔지 않고 수 십년간 뚜벅뚜벅 걸으며 그 과정에서 보람과 드림을 일구는 사람이다.
지난 1977년 1월 개업, 올해로 꼭 창립 30돌을 맞은 ‘빅토리 트로피’의 이창건 사장(62). 1973년 이민와 한인축제 집행위원장, 다운타운 라이온스클럽 회장, 충청향우회 회장을 지내는 등 봉사에도 열정을 기울인 타운의 올드타이머이다.
8가와 후버 시대를 거쳐 5년전 사옥을 구입해 현 위치(1206 S. Alvarado St., LA)로 이전한 빅토리 트로피는 총 9,000여스퀘어피트 상가 중 임대 공간을 제외한 약 3,500스퀘어피트를 쇼룸과 생산시설 등으로 사용, 조그만 구멍가게를 상상하고 찾아온 고객들을 놀라게 한다.
거래의 절반 가량은 한인들의 기념패·트로피 주문에서, 나머지는 판촉물 전문 주류기업인 ‘스웨다’(SWEDA)의 하청에서 온다. 7명의 직원들과 꾸려가는 이 회사가 최고 성수기인 작년 12월 한달간 제작한 감사패, 공로패 등이 무려 1,500개였다니 비즈니스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이 사장은 “보통 한 해에 6,000~7,000개의 패와 트로피를 만든다”고 밝힌다. 그의 사무실 24칸 캐비넷에는 미 전국 업체, 학교, 교회 등 고객들의 파일이 빈틈없이 꽂혀 있다.
고향인 충북 괴산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그의 생활은 그야말로 주경야독. 낮에는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밤에는 공고와 공대를 다녔다. “밤길을 다니느라 깡패들에게 맞은 적도 여러 번이었지요. 차비가 없어 한 겨울 밤에 삼각지에서 노량진까지 걸어다니기도 했습니다.”
이 사장은 군 복무를 마친 후 심부름 일부터 시작했던 형광등 안정기 업체의 연구실장에 오른다. 그후 불과 24세에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벌어서 갚으라”는 채권자의 제의로 인수, 눈부시게 성장시켰으나 동업자를 잘못 만나 5년만에 사업을 접고 이민 보따리를 싼다.
전기 엔지니어 출신의 그가 미국에 와서 잡은 직장은 실크스크린 업체. 생소한 분야였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일을 배우기 시작했고 업무 자동화 등을 통해 능력을 인정을 받은 끝에 수년 후 회사를 나와 ‘빅토리 트로피’를 창업한다. “많은 일감을 주는 등 다니던 직장의 지원이 컸다”는 그는 스스로를 남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인복 많은 사람’으로 칭한다. 햄버거로 점심을 떼워가며 부인 이현성씨와 사업에 온 힘을 기울인 덕에 그의 업체는 이민 증가의 물결을 타고 급성장했고 지금은 업계의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한인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 패에 적는 글을 고객이 흡족하도록 요약해 줄 수 있는 능력, 값을 깎아달라는 고객을 이기지 못하고 수표를 받을 때 운전면허를 확인하지 않았던 인간 중심의 경영 등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까까머리 고학생에서 이제는 회갑을 넘긴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변한 그는 “성장기에 험악한 세월을 살았지만, 인생의 고비마다 ‘이게 당연한 내 인생의 코스구나. 사람에게는 항상 살 길이 있는 법이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말로 자신의 인생관을 내비친다.
“내년엔 빅토리 트로피를 좋은 사람에게 넘기고 싶다”는 이 사장의 은퇴 후 소망은 중학시절부터 써온 글을 모아 시집과 수필집을 내는 것. 또 선교지를 돌며 삶의 불꽃을 재점화하고 싶다는 바람도 갖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그는 지상의 트로피와는 비교가 안 되는 하늘의 ‘영원한 면류관’을 상으로 받는 것이 인생 마라톤의 최종 목표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213)385-1520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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