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잘 되는 비즈니스 뭐가 있습니까?”“어떤 사업체가 잘 나가나요?”
흔히 손님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고 화제이다. 사업체 매매의 셀러나 바이어는 물론이고 심지어 재융자 하는 고객들 그리고 전화 문의까지 늘 뜨거운 관심은 타운에서 어떤 비즈니스가 소위 잘 나가는 업종인가 하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인이 아닌 에스크로에 어울리지 않는 질문이므로 여담 정도의 대화가 보통이지만 대화하는 손님들의 수준은 이미 반 전문인이 되어 있어 놀랄 때가 많다.
80년대 후반까지 손님들 사이에 가장 선호하는 사업체는 세탁업과 리커, 마켓이 압도적이었다. 은행 융자도 비교적 잘 나오는 편이었고 다운 페이먼트도 절반 이상이었다.
소형 햄버거 가게나 테리야끼 가게들이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손쉬운 사업으로 유행이 되었고, 88올림픽 이후 여행 자유화 물결로 타운은 한국의 문화가 급속도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자본의 유입으로 성장이 가속화되었다.
90년대 초 한인타운 코너마다 설렁탕 집이 들어섰고 그 후 순두부 붐이 뒤를 이었다. 그 후 점점 부가 축적된 타운은 종업원 운영 100% 혹은 주말 휴업을 찾는 바이어로 프렌차이즈가 유행하여 매 주마다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한 때 건물마다 보바 샵이 들어서기도 했고 2000년대에는 커피샵이 E-2의 단골 코스처럼 에스크로 오픈이 되었다. 코인 런드리가 상한가를 보이기도 하더니 요즘은 웰빙의 붐을 타고 요거트 가게에 대한 절대적인 관심이 뜨겁다.
소위 ‘뜨는 장사’들 때문에 에스크로는 늘 비슷한 사업체의 오픈으로 정신이 없다.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발 빠르게 시대에 부응하는 손님들의 경우 자신의 독특한 개성과 노력으로 큰 돈을 버는 고객들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국 분들의 사업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호도 비슷하기까지 하다. 사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엔 어떤 사업체가 원조인지 조차 혼란스럽다. 가끔씩 안면 있는 타인종 손님들의 전화를 받은 때가 있는데 참으로 재미있다.
자신의 사업체를 반드시 한인들에게 팔고 싶다는 ‘의지’인데 그 이유가 사뭇 괘심(?)하다. 자기 가게에서 좀 떨어진 같은 업종의 사업체를 한인이 후한 가격에 매입하여 그 주인이 대만족이라고 들었는데 자신도 그런 ‘횡재’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애써 배운 한국 인사까지 갑자기 섞어가면서 굳이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데에는 한 번 생각해 볼일이다.
붐을 타는 사업체라면 목숨 걸고 좇아다녀 보고야 마는 우리네 풍토가 다른 사람들 눈에는 눈먼 바이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지도 모른다. 한인 바이어는 무조건 OK가 많고 다운도 엄청 많이 하고 매우 부드러워 정말 좋다나….
같은 한인끼리 조심해야 한다는 이민 지침 1호를 아직도 철저하게 믿는 우리 바이어 분들은 그들에게 당연 선호 받는 0순위 바이어인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잘 되는 장사 바로 옆에 자기 가게를 차리기를 원하고 중국 사람들은 잘 되는 집 멀리에 차리기를 원한다고 했던가.
10여년 전부터 오랜 시간을 타운에서 떨어진 곳에서 여자 옷가게를 해온 한 사장은 열심히 고객 취향에 맞춰 영업을 잘 해온 덕분으로 세 자녀를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그 건물을 매입하고 이제는 지역의 유지로 대접받으면서 보람있게 지낸다.
가끔 안부 전화로 반갑게 인사하지만 타운의 잘 나가는 사업은 무엇인지 관심이 없다.
그 오래 전 적은 돈으로 어렵게 장만한 가게를 깨끗하게 잘 에스크로 마무리 해주어 고맙다고 하지만, 타운의 흐름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사업을 일궈온 그 고객이 더 감사하다.
새해 처음 전화한 그 고객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도 점심 제대로 못 먹고 일하시죠? 지나가는 길에 요거트 가지고 갈까요?”(213)365-8081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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