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여백을 모두 점령하라?
도시엔 여백이 없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광고가 넘쳐난다. 마지막 한 칸까지 꽉꽉 채우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는 광고업자들 덕분에 수퍼마켓 달걀에도, 지하철 개찰구에도, 중국집 배달음식 상자에도, 비행기 내 멀미가방, 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사용하는 트레이에도 광고가 찍혀 있다. 이제까지 소비자들이 집에서 TV를 보건, 신문이나 잡지를 읽건 그 눈에 띄기 위해 최선을 다 해온 마케터들이 너무나 제각각인 소비자 행태를 따라잡기 힘들자 그러지 않아도 그들의 눈이 가는 곳마다에서 그 눈길을 잡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하게 된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빌딩 벽, 택시내 스크린,
버스정류장에 쿠키냄새 뿜는 우유광고,
체육관 바닥에 밟으면 변하는 광고까지…
일부 시민들 못마땅 “미관 해친다” 반대도
어린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다. 어떤 스쿨버스에서는 어린이용 라디오 광고를 틀기도 한다. 지난 여름 월트 디즈니는 2,000개가 넘는 소아과 병원의 검진대용 종이 깔개에 취학 전 아동용‘리틀 아인스타인’DVD를 광고했다.
그러다보니 너무 지나쳐 제재를 당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버스 정류장에 세운 일부 ‘갓 밀크?’ 빌보드에서 초컬릿 칩 쿠키 냄새까지 뿜어대는 것을 불평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지난 달 샌프란시스코 시는 캘리포니아 우유가공위원회에 냄새는 뿜지 말라고 명령했다.
<초컬릿칩 쿠키 냄새까지 뿜어대던 샌프란시스코 버스 정류장의 우유 광고>
이달에 뉴욕과 뉴저지 교통당국은 320만달러를 받고 조지 워싱턴 브리지 통행료 납부소와 인근에‘가이코’광고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정치인과 보존주의자들은 도시 미관을 해친다고 우려했고 일부는 시가 광고 공간을 너무 비싸게 판다고 불평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회사 얀켈로비치는 30년 전 도시 주민들은 하루에 2,000개의 광고 메시지를 보고 살았지만 요즘은 5,000개를 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봄에 이 회사가 설문 조사한 4,100명 중 반 정도는 요즘 마케팅과 광고를 통제 불능상태로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스팸 메일, 텔리비전이나 영화에도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등 과도한 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감각은 과부하 상태에 놓여 있다. 그 와중에 자기 제품을 돋보이게 하려고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마케터들은 인터넷이나 셀폰을 통해 광고를 보겠다는 사람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찾느라 혈안이다.
게다가 요즘은 빌보드들마저 디지털 스크린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멀리서 컴퓨터 한대가지고 시간대에 따라, 세일즈 행사에 맞춰 광고 내용도 자주 바꿀 수 있다. 이런 광고는 고속도로 주변뿐만 아니라 상점, 체육관, 의사 사무실, 건물 벽 등 곳곳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대해 모든 커뮤니티를 라스베가스 같아 보이게 한다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광고계 간부들은 광고가 재미있기만 하면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으며, 어쩌면 환영할지도 모른다고 맞서고 있다. 어떤 사무실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비디오 스크린에서 광고와 함께 뉴스와 정보를 보여준다. 올해 뉴욕시의 택시 5,000대에도 광고와 NBC 프로그램을 틀 비디오 스크린이 설치된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체육관 바닥에 뜨는 플로리다주 복권 광고. 잭팟 상금이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광고가 아무리 많아도 잘만 하면 점수를 딴다”고 생각하는 광고업자들은 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앰웨이 아레나’의 경우 바닥의 날아가 버린 작은 빅맥 버거를 보고 있는 한 소년의 얼굴을 그린 맥도널드 광고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광고를 밟으면 햄버거가 그 사람의 발 위에서 튀어 오른다. 뉴욕시 헤럴드 스퀘어 지하철역의 ‘아디다스’ 광고도 가만히 있던 운동화 사진 옆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미니어처 운동화들이 줄지어 날아오르는 것 같아 보인다.
‘도요타’는 시카고, 애틀랜타, 달라스 등 14개 도시의 건물 측면에 ‘사이언’ 브랜드 자동차 광고를 투사하고 있고 ‘유니레버’도 탬파, 밀워키 등의 건물 측면에‘액스’남성용 향수를 광고하고 있다. ‘버라이즌’과‘콘티넨틀 항공’도 자사 로고를 찍은 상자를 피자가게들에 제공해왔다.
의복 디자이너 페리 엘리스는 지난해에 뉴욕,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의 세탁소에 59만4,000개의 셔츠 상자와 거는 가방을 무료 제공, 아직도 더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을 정도로 히트를 쳤다.
이 새로운, 별난 광고로 인한 수익은 아직 특정하기 어려운 정도로 작다. 2000년에 2,400만달러였던 미국의‘대체 미디어’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에 3억8,700만달러로 늘긴 했지만 68억달러에 달한 옥외광고 매출 중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었다.
<요즘은 집 밖에 나가면 광고가 없는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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