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김순식>
③테넌트가 살아야 건물주가 산다
‘종속’아닌‘상생’인식의 전환 절실
높은 렌트·캠차지는 공실률 증가로… 정기적 대화 활성화 돼야
세입자와 건물주는 종속관계가 아닌 공생관계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렌트를 올려도, 캠차지가 두배로 뛰어도 매달 렌트만 받으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보다는 테넌트가‘렌트 부담이 너무 높지 않나, 사업은 잘되나’라는 관심이 필요하다.
▲세입자의 노력과 투자를 인정해라
버뱅크에서 샌드위치샵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여·38)씨는 지난 3년간 운영해온 가게를 팔게 됐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가게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리스문제를 미국인 건물주가 해결해 줬기 때문이다. 인수자는 판매조건으로 새 리스를 요구했는데 건물주는 ‘5년+5년 옵션’ 리스에 흔쾌히 합의했다. 또 렌트도 올리지 않고 최씨가 내던 액수를 기초로 5년간 매년 최저수준인 3%만 올리기로 합의했다.
최씨는 “리스 문제가 해결돼 투자금액 외에 이익을 보고 가게를 팔수 있게 됐다”며 “항상 세입자 입장에서 최대한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건물주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4·여)씨는 지난 10여년간 운영했던 식당을 팔고 싶으나 한인 건물주의 비협조로 속을 앓고 있다. 박씨는 “3년 리스 중 2년이 남았는데 건물주는 인수자에게 기존 리스를 떠맡으라는 입장”이라며 “어느 누가 2년 리스만 받고 수십만달러를 투자해서 비즈니스를 인수하겠느냐”고 말했다.
▲세입자와 건물주는 공생관계
건물주 입장에서 상가는 금전적으로만 적게는 수백, 크게는 수천만달러가 투자된, 대부분의 건물주에게는 평생 동안 일궈낸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세입자들이 장사가 잘 돼서 장기간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렌트를 꼬박꼬박 내주는 것이 건물주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건물주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공실률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담할 수 없는 높은 렌트와 캠차지로 인해 많은 테넌트들이 장사를 포기하고 있으며 이는 공실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한인 상가들이 1년도 장사를 못하고 나가는 세입자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가 샤핑몰에서 식당을 오픈한 지 7개월만에 문을 닫았다는 업주는 “장사도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도 렌트비만 낮아도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 업주는 이전 한인타운 가게보다 렌트비가 절반 수준인 한인타운 외곽지역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화를 해라.
대다수의 한인 건물주와 세입자 사이에는 대화와 교류가 단절돼 있다. 대다수 세입자들은 건물주가 누구인지, 건물주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문제가 생겨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건물주들도 세입자와 만나거나 대화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으로 대화와 교류를 통해 서로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한다면 세입자들도 건물주의 고층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건물주들이 거품가격에 산 건물의 페이먼트로 허덕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익률(cap rate)이 5~6%에 불과해 모기지 페이먼트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건물주들은 하소연한다. 대다수의 한인 세입자와 건물주는 서로 오해하면서 불신의 벽만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인사회 경제를 뒷받침하는 한인타운 상권의 고비용→세입자 사업 포기→공실률 증가→건물 부실운영의 악순환을 극복할 수 있는 주체는 테넌트와 건물주 당사자뿐이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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