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이민그룹으로 형성된 LA의 오늘날의 모습. 이 LA를 대표하는 두 소수민족인 라티노와 흑인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 갈등의 뿌리는 라티노 문화 전통 속에 숨은 인종편견이라는 사실이 제기돼 주목되고 있다.
잇단 총격에, 교도소에서는 인종폭동… 곳곳서 레드 시그널
문화 전통 속에 숨은‘인종적 편견’이 주범
장소는 하버게이트 지역. 14세짜리 한 흑인 소년이 살해됐다. 라티노 갱들에 의해 저질러진 범행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는 치노의 주교도소. 폭동이 발생했다. 라티노 수감자와 흑인 수감자 사이의 쌓인 감정이 인종폭동으로 번진 것이다.
최근 두 주를 간격으로 LA 일원에서 발생한 사건들이다. 갱들의 세계, 범죄자들의 세상에서 흔히 있는 폭력에, 살인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이 사건을 보는 일부의 시각은 그런데 그게 아니다. 라티노와 흑인, 두 인종 집단 간의 관계가 날로 악화, 비등점을 향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표면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두 집단 간의 갈등은 항상 있어왔다. 요즘 들어서는 그렇지만 상황은 라티노 그룹에 의해 흑인계가 일방적으로 밀려나는 형세다. 최근의 이 두 사건은 이 추세를 반영한 데 불과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연방검찰은 4명의 라티노 갱 멤버를 기소해 유죄를 확정지었다. 이들은 하일랜드 팍 지역에서 흑인계 주민들을 공격하고 살해한 혐의다. 피해를 당한 흑인계 주민들은 갱 멤버도 아니다. 이런 그들이 (라티노 지역으로 간주되는) 그 지역에서 떠나라는 협박을 라티노 갱들로부터 받아왔던 것이다.
한 흑인계 주민은 집근처에서 파킹 장소를 찾다가 라티노 갱에게 살해됐다. 또 다른 흑인여인은 갱들에게 매를 맞았고 남편은 흉기로 위협을 당했다. ‘이 동네에서 꺼지라’는 폭언과 함께. 겁을 주어 흑인 주민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살인까지 저지른 것이다.
‘라티노와 흑인’ ‘흑인과 라티노’- 이 두 집단은 미국의 대표적 소수그룹이다. 사회 경제적으로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두 그룹이 보이고 있는 공통점이다. 미국사회의 기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두 그룹은 상당 경우 정치적 이해를 같이 해왔다.
정치적 연대관계인 이 두 그룹이 그런데 이처럼 서로 적개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얼핏 이해가 안 된다.
때문에 그 갈등은 비숙련의 저임금직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집단 간의 긴장 정도로 생각돼왔다. 그렇지 않으면 일종의 문화적 충돌로 간주됐다. 또 때로는 흑인들이 이룩한 민권운동의 베니핏에 라티노가 무임승차하는 데 대해 흑인그룹이 분노감을 표출한 결과로 파악됐다.
아주 틀린 진단은 아니다. 부분적으로나마 분명히 진실이니까. 그러나 이로서는 설명이 불충분하다. 왜 이들은 그토록 반목과 적개심이 가중되고 있나. 라티노의 문화와 역사 전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라티노 문화에 숨겨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유럽인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온 흑인 노예는 근 1,000만으로 집계된다. 이 중 90%가 라틴 아메리카로 팔려갔다. 반 흑인 인종차별주의는 그러므로 라틴 아메리카, 카리브 해 지역의 역사적 현실이고 오랜 세월 일반 정서로 굳어있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노예시대 유산은 미국과 흡사하다. 피부색이 흰 쪽에 가까울수록, 또 외모가 유럽인을 닮을수록 대접을 받는다. 반대로 피부가 검고, 아프리카인의 신체적 특징을 지니면 신분상승의 기회는 극히 제한된다.
이 같은 백인우월주의는 라틴 아메리카 사회에 아직도 깊이 배어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감안할 때 멕시코나, 카리브해 지역에서 갓 이민 온 사람들이 흑인계에 대해 좋지 못한 편견을 가지고 온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반 흑인계의 문화적 유산은 이 땅의 젊은 라티노 세대에게 때로 그대로 전해진다. 그 결과는 무엇일까. 인종적 편견과 증오의 확산이다.
그렇다고 흑인계가 라티노에게 편견이 없다는 건 아니다. 때문에 두 그룹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흑인계는 흑인계대로 라티노에 대한 있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그러나 라티노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해온 이 반 흑인 정서를 바로 잡는 게더 시급하다. 이는 라티노 그룹에서도 나오고 있는 소리다.
미국의 인종갈등 날로 다변화 추세
라티노, 흑인 호감도 극히 낮아
미국의 인종간의 벽은 얼마나 무너졌을까. 과거에 비해 월등히 개선됐다. 민권법이 제정 된지 40년도 더 지난 오늘날 연구조사 결과 나온 결론이다. 그러나 단서가 붙는다. ‘외형적’이라는.
미국인들은 계속 인종적으로 분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 또 각 인종집단 간의 관계는 여전히 긴장상태에 있다. 게다가 인종갈등의 구조는 과거 흑-백간의 단순 구도를 떠나 상당히 다변화되고 있다. 때문에 나오는 지적으로, 라티노와 흑인간의 관계가 바로 그 예다.
라티노에 대한 흑인의 견해는 흑인에 대해 라티노가 보이는 시각에 비해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는 휴스턴 대학의 조사결과로 라티노의 흑인관은 1세인가, 2세인가에 따라 상당한 편차를 드러냈다.
미국 태생 라티노의 절반 이상은 흑인에 대해 호감을 보였다. 반면 멕시코나, 카리브 해 국가 등 외국에서 태어나 이민을 온 라티노 중 흑인에 호감을 보인 경우는 소수이고, 대다수 1세 라티노들은 흑인계에게 심한 불신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들은 도대체가 믿을 수가 없다… 마약이나 하고… 총을 들고 다니는 그들이다.” 많은 외국태생 라티노 이민 1세들이 지니고 있는 흑인 관으로, 이 라티노 이민그룹의 46%는 한 지역에 사는 흑인계와 완전 분리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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