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2류시민이냐”
중국 커뮤니티‘발끈’
정해년에 태어난 첫 신생아에게 2만5,000달러의 장학증서를 제공키로 한 대형 장난감 체인점‘토이스 알 어스’의 경품 프로그램이 뉴욕 중국인 커뮤니티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7년의 첫 아기로 뽑힌 유키 린(여)의 친모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장학증서의 주인이 흑인 신생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새해 첫 신생아에 2만5천달러 장학금’
토이저러스 행사 이민자차별 시비 번져
토이스 알 어스는 경품잔치에 가입 신청을 한 800여개 병원이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신년을 알리는 뉴욕의 수정 볼이 지상에 떨어진 시점에 가장 근접하게 태어난 아기 3명을 추린 뒤 추첨을 통해 유키를 최종 승자로 결정했다. 그러나 병원측에 유키의 신상정보를 넘겨받는 과정에서 그의 어머니 한 린(22)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밝혀지자 토이스 알 어스는 “경품 참여대상은 합법체류자의 자녀에 국한된다”는 자격조항을 내세워 2위로 뽑힌 제이든 스웨인에게 장학증서를 넘겨주었다.
이같은 사실을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더 월드 저널’의 웹사이트에서 읽은 변호사 앨버트 H. 왕이 중국계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토이스 알 어스가 취한 조치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E-메일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뉴욕 내 중국 커뮤니티의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상하이에 첫 번째 중국 지사를 개점한지 한달만에 터져 나온 예기치 못했던 경품 소동은 토이스 알 어스측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저임금을 이용해 중국 현지에서 대부분의 장난감을 만들고 있는 토이스 알 어스가 미국의 중국인 신생아에게 약속된 장학금을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시비로 확대되면서 전체 주민의 60%가 이민자로 채워진 뉴욕시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왕 변호사와 중국계 단체들은 “경품행사의 참가 대상은 부모가 아니라 신생아들”이라고 지적하고 “유키는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합법적인 미국 시민인데도 ‘2류 시민’ 취급을 당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키 대신 2만5,000달러를 차지한 스웨인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완전한 미국인”이라고 묘사한데 이어 할머니마저“불법체류자가 낳은 아기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들의 출산을 장려할 우려가 있다”고 거들고 나서 뉴욕의 히스패닉 이민자들까지 자극했다. 미국에 태어난 아기에게는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연방 헌법의‘속지주의’조항 철폐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그녀의 발언에 대한 불법체류자들의 반발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최종 추첨대상에 오른 후보들 가운데 3위를 차지한 신생아는 엘살바도르계였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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