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태운차 불지르고 어린딸 머리에 총격도
다사다난 했던 한해가 저물고 있다. 존속살해 사건, 치정에 얽힌 집단 살인사건 등등… 그동안 부를 쌓아올렸던 명성만큼이나 어두운 그림자가 한인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한해이기도 했다. 한인회장 선거, 앤드류 영의 한인 비하 발언 파동 등 파노라마 같이 펼쳐졌던 병술년 한해를 시리즈로 정리해 되돌아본다.
인륜을 저버린 존속 살해 사건으로 뒤범벅된 2006년. 경제적 성공을 쫓다가 추락한 한인들은 자식마저 살해하고 스스로 목을 끊는 끔직한 범죄들이었다.
존속 살해사건은 가족간의 소통 단절, 물질만능주의의 문제점 등을 극렬히 들어내며 한인사회에 큰 경종을 울려주었다.
지난 4월2일 가정폭력으로 부인과 별거 중이던 윤대권(54)씨가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었던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았을 어린 두 자녀들을 불태워 죽인 것이다. 한인사회는 물론이고 타인종들까지도 큰 충격에 빠져 한동안 아픔에 신음했을 정도 였다(사진). 윤씨는 차에서 내리려는 11세 딸아이까지 강제로 차속에 밀어 넣고는 개솔린을 뿌려 불을 질렀다. 함께 죽자던 윤씨는 뜨거움에 못 이겨 차에서 뛰쳐나와 땅에 뒹굴다가 주민들에게 구조돼 목숨을 구했으나 두 자녀는 처참히 불타 죽었다. 윤씨는 특수 살인죄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도박’과 ‘별거’였다.
불과 일주일 뒤인 4월 8일에는 폰태나에 거주하는 이봉주(40)씨가 5세 어린 딸의 상체에 무려 3발이나 총격을 가한 뒤 자신은 머리에 총을 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상습적 가정폭력과 도박으로 피폐된 이씨가 결국은 별거중인 부인과 있던 딸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범행을 저질렀다.
같은 날 발생한 김상인(54)씨 일가족 권총 자살사건은 물질적 성공만 쫓는 한인사회의 풍토에 경종을 울렸다. 김씨의 딸 김빈나(16)양은 뇌에 탄환이 박히고도 기적적으로 생존했으나 몸의 반쪽이 마비돼 평생을 장애자로 살아야할 운명이다. 한인 경제단체에서 활동할 정도로 이름이 알려졌던 김씨는 잇단 사업실패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난 10월 LA카운티 검시국은 사건사고로 숨진 한인 4명중 1명은 자살이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타운인근 종합병원들은 응급실을 찾는 자살 시도자의 대다수가 한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이 높은 한인들의 자살 비율은 LA카운티 평균 7.4%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이며, 민족성이 비슷한 아시아권의 평균 13.4%에 비교하더라도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붕괴된 가족관이 한인들을 자살로, 존속 살해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살예방전화인 ‘생명의 전화’를 운영하고 있는 박다윗 목사는 “자살을 고려하는 한인들의 대다수는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화목한 가족을 이루고 있는 한인들은 고민이 생겨도 가족구성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므로 자살로 현실을 도피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걸어오는 한인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혼자 거주하는 독신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가정상담소 피터 장 소장 역시 해결책을 가족간의 관계회복에서 찾았다. 장소장은 “지난 4월 발생한 일가족 동반자살사건과 이번 노인 자살사건은 가족간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됐더라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들”이라고 말하고 “떨어져 지내더라도 서로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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