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펩시, 셸, 리어 등 다국적 기업들
키·체중·목소리·외모·거주지·결혼여부 등 따져
직원 채용인지 미인 선발대회인지 헷갈려
일자리 태부족 현실… 법적 보호 유명무실
뚱뚱한 20대 여성변호사 벼룩시장서 옷 팔아
미시간에 본사를 둔 자동차 부품업체 리어사(Lear Corp.)는 멕시코 중부지역에 설치한 지사에 비서가 필요해 광고를 냈다.‘20-28세 여성, 싱글 선호, 용모단정.’ 이래도 미심쩍었는지 리어사는 지원자들에게 이력서에 반드시 사진을 첨부하도록 했다.
미국에서 이러한 광고를 내면 단박에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소송을 당할 것이다. 여러 가지 차별항목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자리가 태부족인 멕시코에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게다가 멕시코에는 차별에 관한 법조항이 있지만 실제 유명무실하다. 그래서인지 멕시코에서는 고용주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 마치 미인대회에서 미녀를 선발하듯 하는 게 상례화 돼 있다.
회사들이 직원을 뽑을 때 결혼 여부, 키, 몸무게, 목소리, 거주지 등도 고려할 정도이다. 나이가 많거나, 몸이 뚱뚱하거나 얼굴이 거무스레하면 퇴짜 맞기 일쑤이다. 이러한 차별적 채용 관행에 미국회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위법행위이지만 멕시코 지사에서는‘로마의 관행’을 따르고 있다. 코카콜라, 펩시, 셸 오일 등 유수 기업들도 미국에서는‘창피한’ 채용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미국인들에게는 이러한 일들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 최대 법률회사 가운데 하나인 베이커&매켄지도 포함돼 있다. 특이 이들 회사는 다양성을 어느 기업보다 중시 여기는 기업으로 이미지가 각인돼 있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는 고고한 기업이 멕시코에서는‘망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도대체 왜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에서 이러한 채용기준을 적용하고 있을까? 말썽의 소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글로리아 올레 변호사의 해석이다. LA에서 활동하는 올레 변호사는 차별반대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
이들 해당 대기업들은 멕시코에서의 광고에 대해“지역 관리자와 제 3자의 소행이며 아는 바 없다”고 변명했다. 미국의 본사가 지시하거나 계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란의 광고를 낸 리어사도 처음엔 금시초문이라고 발뺌하다가, 광고 문구를 보고는 “이러한 광고는 리어사의 균등고용정책에 반하는 것이며 즉각 광고문구에서 차별적 항목을 삭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세계화 추세에 전 세계에 지사를 두다보니 일일이 감독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멕시코 헌법과 연방노동법은 나이, 성별, 인종, 종교, 결혼상태, 건강, 그리고 다른 요인에 의한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이를 불평하지 않는다. 일자리가 귀하고, 설령 불평을 해도 법적 투쟁이 비용이 많이 들고 지난한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멕시코 사람들은 이러한 차별적 고용방식에 익숙해졌다.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산다.
일부 회사들은 젊음을 생산성 제고로 직결시킨다. 봉급과 건강보험료 등을 감안하면 젊은 직원을 채용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계산이다. 다른 회사들은 미혼 여성을 선호한다.
결혼하면 출산, 육아 등으로 자주 회사를 쉬게 되고 결국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판단에서다. 결혼한 남성이 안정적인 직원으로 평가되지만 동성애자는 금기시되고 있다. 기혼 남성이 잘 생기면 금상첨화이다.
한 온라인 구인광고는 이러했다. 나이 25-30세. 키는 5피트9인치 이상, 체중은 154-176파운드, 외모준수. 이 회사는 다름 아닌 코카콜라 펨사. 멕시코에서 가장 큰 병 제조회사이다. 코카콜라가 지분을 갖고 있다.
뚱뚱한 변호사 패트리샤 테레즈(29)는 최근 멕시코의 한 직업박람회에 갔다. 채무해결전문 변호사를 구하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으나 채용관계자는 테레즈의 몸매를 훑어보더니“우리는 남자를 원한다”고 잘라 말했다. 테레즈는 부모를 부양하기 위해 벼룩시장에서 저가 의류를 팔고 있다.
테레즈와 같은 고급인력이 제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것은 국가 전체에 커다란 손실이다. 똑똑한 사람들이 주차보이로 일하거나 세차장에서 일하는 나라라면 문화적으로나 국가 경제적으로나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펠리페 칼레론 대통령당선자가 균등고용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나 과연 현실화할지 의문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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