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동물원이 1874년 미국에서 최초로 문을 열었을 때 동물원 관리자들이 서커스단 소속인 코끼리 한 마리를 사서 나무에 쇠사슬로 묶어 놓았다.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아주 가까이서 이 거대한 동물을 구경하면서 즐거워했다. 그 후 132년이 흘렀다. 코끼리는 여전히 동물원 방문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종종 광고 포스터를 목에 걸기도 하고 상업용 모델로 이용되기도 했다. 그만큼 코끼리에 대한 미국인들의 호감도가 높았던 것이다.
1874년 최초로 문 연 필라델피아 동물원
서커스단서 구입한 코끼리 방문객 인기몰이에 일등공신
아시아산·아프리카산 4마리 공간 좁아 운동부족에 싸움까지
비영리단체 운영 2,700에이커 테네시 코끼리보호구역 등지로 보내
동물원 방문객들은 코끼리 구경에 보통 5분 내지 10분 정도를 할애하고 있다는 게 동물원 관리자들의 말이다. 코끼리 집의 작은 규모에 비하면 구경꾼들이 많이 몰리는 것이다. 그러나 코끼리와의 대면은 필라델피아 동물원에서는 앞으로 할 수 없게 됐다.
동물원 이사회는 코끼리 집을 넓히는 대신 다른 곳에 투자하기로 했다. 필라델피아 동물원에 있던 코끼리 4마리는 내년 봄 볼티모어에 있는 메릴랜드 동물원과 테네시 중부의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분산 이주케 된다.
전문가들은 필라델피아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너무 비좁다고 지적했다. 코끼리는 여기 저기 뛰어다닐 공간이 필요한데 필라델피아 동물원에서는 코끼리 집이 고작 4분의1에이커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이 마구 운동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동물에게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디트로이트,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브롱스의 동물원들도 코끼리를 다른 곳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동물원들은 모든 동물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수용능력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현실인식을 하게 됐다.
물론 모든 동물원들이 ‘코끼리 추방’ 대열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덴버 동물원은 새 시설을 짓고 있다. 알버커키, 샌디에고 등은 동물원 확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피츠버그 동물원은 코끼리를 편안하게 ‘모시기’ 위해 시 외곽의 토지를 매입해 나가고 있다.
캔사스 위치타에 있는 세드윅 카운티 동물원의 마크 리드 디렉터는 “나는 3세 때 오리건 포틀랜드 동물원에서 코끼리 ‘로지’를 보았다. 그 때 나에게는 너무도 커다란 이미지로 각인됐다. 그 때의 기억을 잊지 못해 나는 결국 이 업계에 투신하게 됐다”고 했다.
필라델피아 동물원은 코끼리들을 내보내는 대신 기존의 어린이 동물원 섹션을 보강하고 고양이과 동물과 고릴라에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필라델피아 공원의 동물프로그램 부회장인 앤드류 베이커 박사는 “오랫동안 코끼리에 정성을 쏟았으나 이젠 규모 문제 때문에 더 이상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코끼리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지역 동물보호단체의 역할이 컸다. ‘필리 동물원 코끼리 친구들’이란 이 단체 회원들은 “동물원이 좁아 코끼리들이 맘 놓고 뛰어다니지 못하며 이로 인해 서로 싸움을 하게 된다”며 조속한 방출을 촉구했었다.
아시아산 코끼리 둘래리(42)는 작년 아프리카산 코끼리 세 마리 중 한 마리와 싸웠다. 이 때 동물원 측은 둘래리를 격리시켰다. 보호단체가 둘래리를 보길 원했다. 동물원 측은 이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자 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며 ‘동물학대’를 공론화했다. 베이커 박사는 “코끼리 방출 결정이 전적으로 재정문제에 기인한 것이지, 결코 시위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둘래리는 내년 봄 테네시의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보내지게 됐다. 이 곳엔 둘래리가 합류하면 모두 23마리의 암 코끼리가 살게 된다. 이 보호구역은 캐롤 버클리가 운영한다. 버클리는 코끼리들이 서커스단에서 채찍으로 맞고 전기 충격을 당하는 것을 보고는 1995년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내슈빌 남서쪽 85마일 지점에 2,700에이커의 땅을 매입했다. 이 곳을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만들었다.
외지인이 일절 코끼리를 만날 수 없게 했다. 이 단체에 기부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버클리는 오로지 코끼리 보호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elecam)에 코끼리 사진을 올려놓아 관심 있는 사람들은 볼 수 있도록 했다. 버클리는 “사람들은 코끼리를 구경하고 자신들 구미에 맞게 갖고 놀면서 희열을 느낄지 모르지만 코끼리는 그런 목적으로 생존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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