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를 만드는 다이아몬드 톱 앞에 서 있는 ‘노스바 화강암’의 찰스 차토트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버몬트 주 베어리 지역의 상징인 석공의 조각. 이 지역은 화강암으로 묘비와 다른 기념조각품을 만들어 파는 산업의 중심지다. 그런데 중국과 인도의 저가 공세로 요즘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버몬트주의 베어리는 아주 작은 도시다. 주민이 9,000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베어리를 지구촌 ‘화강암의 수도’로 부른다. 지역 경제는 인근 채석장에 무수히 쌓여 있는 회색 바위에 의지하고 있다. 20세기 초부터 그랬다. 거의 100년간 화강암 덕분에 별 걱정 없이 배불리 먹고 살아왔다. 그런데 점점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묘비와 기념물을 조각하는 석공들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세계적으로 독점하다시피 해온 화강암 비즈니스가 중국과 인도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무시무시한 도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베어리 석공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다.
버몬트 주 베어리, 100년간 화강암 비즈니스 덕에 생활‘넉넉’
10년 전부터 중국·인도 값싼 노동력 바탕 물량공세에 속수무책
화장 희망자 늘고, 묘지 부족해 작고 간단한 묘비 인기‘악재’
업계 종사자 3,000명에서 절반으로, 그것도 석공은 300명 불과
’노스 베어리 화강암’의 사장 찰스 차토트는“우리의 화강암은 세계에서 최상품이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의 저가 공세에 경쟁하기가 녹록치 않다. 무언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수십 년 간 화강암 비즈니스 덕에 베어리 지역엔 이민자들이 쇄도했었다. 이탈리아, 폴란드, 캐나다, 아일랜드 등지에서 몰려들었다. 20세기 중반 전성기에는 업계 종사자만도 3,000명이나 됐다.
그런데 이젠 그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석공은 300여명에 지나지 않고 나머지는 판매와 행정 분야에서 일한다. 그리고 기계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화강암을 깎는 석공은 6명 정도. 장인정신마저 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베어리의 화강암 산업이 타격을 입기 시작한 것은 약 10년 전, 중국과 인도로부터 화강암 묘비와 기념조각물이 수입되면서였다. 값이 절반밖에 되지 않으니 당연히 베어리로서는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들 저가품은 품질이 형편없다. 그렇지만 일반 소비자에겐 값이 가장 중요한 변수이다. 더욱이 요즘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검은 화강암 묘비도 중국산이 있으니 말이다.
화강암 묘비와 기념품 제조업체가 ‘저가 쓰나미’에 고전하고 있지만 틈새시장으로 파고들어 재미를 보는 기업인도 있다. ‘코크란’의 매니저 피터 버크는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온다. 값은 싸지만 다소 거친 제품을 베어리 창고에서 다듬는다. 이렇게 해서 팔면 품질을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 마진은 엄청나다.
베어리 화강암 비즈니스를 내리막길로 인도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묘비가 많이 팔리려면 무덤이 전제가 돼야 한다. 그런데 요즘 화장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니 묘비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화장 인구가 늘수록 베어리의 묘비 비즈니스는 쇠퇴하게 마련이다. 베어리 묘비 제조공장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납골을 선반 안에 집어넣을 수 있도록 묘비 뒤를 열리게 제작하고는 이 묘석을 사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이유가 또 있다. 묘지 공간이 전체적으로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가급적 화려하지 않고 좁은 공간에 ‘고인’을 모시게 된다. 묘비를 마련하더라도 작게, 그리고 관리하기 쉬운 단조로운 모양을 선호한다. 가격이 낮은 것을 선호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수입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다.
틴에이저 때부터 채석장에서 일해 온 엘지오 조르지(87)는 묘비 제조회사인 ‘애덤스 그래나이트’ 설립자다. 그는 지난 85년 은퇴했다. 지금 자신은 작업현장을 떠났지만 “젊은 세대가 채석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는 사실은 꿈에도 꾸지 않았었다”고 착잡해 했다.
베어리 묘비 제조회사들은 과거의 명성과 전통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장인 정신에 배 있는 묘비와 중국의 저가품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느냐며 소비자들에게 호소한다. “여러분의 조부모님의 묘비를 중국에서 만든 것으로 하시겠습니까?”하고 반문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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