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롱아일랜드 시티의 프레시디렉트 주방에서 한 직원이 파이를 만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터져버린 닷컴 거품의 완벽한 상징이었던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가 부활하고 있다. 1999년에 미국 소매업의 최대 부문인 5,000억달러 규모의 수퍼마켓 업계를 재창조하겠다면서 호기롭게 전국에 하이텍 웨어하우스를 열었던 ‘웹밴’이라는 회사가 진짜 손님은 끌지 못해 12억달러를 날리고 2년만에 문을 닫은 지 5년이 지나서야 그 아이디어가 마침내 결실을 맺는 듯 작은 회사들이 천천히, 조용히 온라인 그로서리를 할 만한 비즈니스로 키워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새 물결은 뉴욕의 작은 회사 ‘프레시디렉트’를 통해서도 살필 수 있다.
‘거품’딛고 수년만에 작은 회사들 두각
뉴욕 거점‘프레시디렉트’ 대표적 사례
아파트 로비에 냉장고 설치해 가정배달
‘프레시디렉트’는 대부분의 수퍼마켓이 부끄러워할 만큼 질 좋은 야채와 생선과 고기들을 더 싼 값에 공급해 뉴욕에서는 이미 예찬자들이 많다. 몇 개 새 아파트 건물은 로비에 ‘프레시디렉트’의 기준에 맞는 냉장고를 설치해 놓고 퇴근해 집에 들어가면 식품이 배달돼 있기를 원하는 입주자를 끌어 들이고 있다. 새로 생기는 동네에서 집은 파는 부동산 중개인들도 ‘프레시디렉트’ 배달지역이라는 점을 고객에게 강조한다.
최근 몇 주간 ‘프레시디렉트’는 완전 조리된 추수감사절 만찬 2,000세트와 조리하지 않은 터키 6,000마리를 배달했다. 2001년에는 한 푼도 벌지 못했지만 요즘은 퀸즈에 있는 창고 한 개에서 1년에 2억4,000만달러어치를 팔고 있다. 다른 도시에는 기존 수퍼마켓들이 운영하는 ‘피파드’ 같은 서비스가 있어도 전체적으로 20억달러에 불과한 온라인 식품업은 급성장세다.
‘프레시디렉트’는 ‘웹밴’과 마찬가지로 7년 전에 창업됐다. 창업자는 당시 32세로 식품업에 초점을 맞춰 투자기금을 운용하던 제이슨 애커맨. 1980년대 마이클 밀큰의 오른팔로 큰돈을 모은 아저씨 피터 애커맨의 재산도 일부 관리하고 있던 그는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찾아 당시 할렘에서 뉴욕 최고의 수퍼마켓이었던 ‘페어웨이’ 매장을 운영하던 조 페델을 찾아갔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식품업계의 제일가는 문제 중 하나인 매장이 없어도 된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보였다. 매장에서는 야채, 치즈, 육류와 해산물을 조각조각 잘라서 상자에 넣고 밝은 불빛 아래 뒀다가 팔아야 하므로 아무래도 먹을 때 맛이 떨어진다.
‘페어웨이’를 떠난 페델과 애커맨은 대부분이 피터 애커맨의 돈인 8,000만달러를 들여 비즈니스를 열었고 ‘프레시디렉트’는 2002년 7월11일에 첫 배달을 시작했다.
그러나 ‘프레시디렉트’는 ‘웹밴’과 정반대되는 영업방식을 취해 왔다. 하나의 시장을 제대로 운영한 다음에야 다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4년간 뉴욕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배달 트럭이 트래픽에 막히는 곳은 어디고, 떨어뜨려도 멀쩡하도록 새우 칵테일을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만 연구해 왔다. 그래서 타도시에 진출하려면 3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일단 들어갈 때는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도 식품업은 쉽지 않다. 배달을 하지 않고도 수퍼마켓의 이윤폭은 박하기로 유명하다. 돈 많고 일 많이 하는 사람이 많아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으로는 미국에서 최고라 할 만한 뉴욕에서도 ‘프레시디렉트’는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이익을 내기 위해 이 회사는 두 가지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고객들에게 최소한 부분적이나마 조리된 식품을 사도록 유도한다. 그래야 이윤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티코프’와 ‘프라이스라인’의 간부를 지낸 ‘프레시디렉트’의 리차드 브래덕 회장은 궁극적으로 10% 정도의 이익을 내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통 수퍼마켓 체인의 이윤폭은 3~4%다.
‘프레시디렉트’의 두번째 전략이 바로 인터넷 비즈니스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크래커라면 고객은 그 가격, 서빙당 포화지방 함량, 기타 다른 사항을 기준으로 분류, 정리된 정보를 바탕으로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최근 몇 달 동안은 좋은 요리책 몇 권에 나온 수백 가지 요리의 조리법을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그 조리법 중 하나를 클릭하면 필요한 모든 재료들을 즉각 주문할 수 있다.
앞으로는 만일 견과류에 앨러지가 있는 가족이 있다면 이 회사 웹사이트에 자기 집에는 견과류가 들어간 식품은 팔지 말라고 일러둘 수 있게 된다. 당뇨병이나 심장병을 앓는 사람, 정결식품을 먹거나 채식주의자인 사람 등, 시간 들여 레이블을 읽지 않아도 이 기능을 이용해 혜택을 볼 사람은 무궁무진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