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돔 물회

삼면이 바다인 우리는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나 패류, 해초 등은 소중한 먹을거리였다.그러나 이를 잡는 어부들이나 해녀들에게는 생업이라고 하지만 중노동이었다.

밤새도록 파도와 싸우며 고기떼를 쫓고, 고기떼를 만나면 이에 대치해 몸싸움을 벌이다 보면 몸은 탈진하고 허기가 질 수밖에 없고, 기운을 추슬러 다시 일을 해야 할 음식 중에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고기가 그 어떤 먹을거리보다 좋은 건 없을 게다.미리 준비해 온 초고추장에 잡은 고기 몇 마리를 거칠게 썰어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회(膾)가 될 것이요 잘게 썬 회를 초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회 무침이다.

바닷사람들은 회무침도 회(?)라고 한다.특히 경남 남해 미조면의 공주식당의 갈치회무침도 회라고 한다.막걸리로 만든 식초를 이용해 초고추장을 만들어 금방 잡아 올린 갈치를 무쳐 내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회나 회 무침이나 어부들이 바다 가운데서 즉석으로 해 먹을 수 있는 어부의 음식이다.고추는 우리나라에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유입되었으니 고추가 수입되기 전에는 고추장이 없었을 터, 그 이전에 어부들은 호박잎에 된장을 싸 지니고 배를 탔다고 한다.필자도 횟집에 가면 초고추장 보다 된장을 다시 주문해 회를 된장에 찍어 야채에 싸지 않고 회와 된장에서 나오는 고소하고 쫄깃한 맛을 즐긴다.

고흥을 비롯한 전남 남해안지방에는 회를 아직도 된장에 찍어 즐겨 먹는다. 그러나 회무침은 된장으로 할 수 없다. 그러니 회무침은 고추장이 등장한 임진왜란 이후에 해 먹던 음식이었을 게다.그런데 회와 회 무침으로 발전하여 기발한 어부의 음식이 등장 했으니 그게 바로 동해안의 물 회다.
회 무침을 먹다 남으면 거기에 찬 물을 부어 그냥 먹기도 하지만 여기에 밥을 말아 먹는다. 만선이면 새벽 찬 바람을 맞으며 깃발을 달고, 허탕이면 시름을 달고 선창에 다 달아 주막집을 찾아 회를 먹다 무치고 무치다 찬물을 말아가며 소주잔을 기울이다보면 탈진하고 허기진 몸과 시름이 금방 사라지게 하는 어부의 해장국이 바로 동해의 물회다. 이 어부의 해장국인 물회가 포항 오징어물회부터 뭍으로 올라오기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울진, 영덕, 속초, 등 도시에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다.

이 물회는 물 횟감도 지역에 따라 다양해 졌다.포항은 물론 오징어가 많이 나는 속초에서는 오징어 물회, 청어가 많이 나는 포항에서는 청어물회, 영덕에서는 가자미와 학꽁치,강구의 쭈꾸미 물회, 제주의 한치물회, 자리돔 물회, 전복물회, 전어물회 등 요즘은 물회 감에 따라 다양한 물회가 있다. 속초의 물회는 모듬이다. 큰 그릇에 물회를 만들어 내 오면 각자 그릇에 떠서 먹는다.
대부분의 물회에 사이다가 들어가는 듯 사이다 냄새가 난다. 필자는 물회를 즐겨 먹으면서도 사이다 냄새는 질색이다. 포항 구룡포의 오징어 물회에는 사이다가 들어가지 않는다.뿐만아니라 구룡포물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

회가 나오면 우선 초고추장에 회를 무쳐 먹는다. 이 회 무침을 반 정도 먹고 난 후 찬물을 부어 먹다 밥을 말아 먹는데, 그 맛이 가히 일미중에 일미다. 물회를 맛있게 하는 집들은 초고추장 맛으로 승부를 하지 사이다를 결코 넣지 않는다. 최근에는 바다 물고기와 상관없는 골뱅이 물회도 등장할 정도이다.특히 제주의 자리돔 물회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제주의 자리돔물회는 재피나무 잎이 꼭 들어간다.재피의 향이 어우러진 자리돔물회는 어금니에서 전해 오는 씹히는 청각적인 느낌이 전해 오는 맛에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