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젊은이가 만든 인터넷 회사 ‘미보’는 창업 자금을 크레딧 카드로 마련했다.
실리콘 밸리의 세 명 젊은이 세스 스텐버그, 샌디 젠, 일레인 웨리는 웹베이스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회사인 ‘Meebo’를 시작했을 때 벤처 자본가들의 자금을 얻지 않았다. 각자 2,000달러씩 출연, 크레딧 카드로 해결했다. 크레딧카드로 마련한 소액이지만 인터넷 회사를 창업하는데 가장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컴퓨터 서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사지 않고 리스하면 그만이었다. 매달 120달러씩 리스함으로써 한 푼이 아쉬운 창업 자본이 묶이는 일을 피할 수 있었다. 막대한 자본이 든다는 테크 회사를 크레딧 카드로 차린 것이다. 2005년 9월 창업한지 한 달도 안돼 일일 접속횟수가 5만회 이상으로 증가하자 서버를 더 들여놓기 위해 10만달러를 세명의 엔젤 투자자로부터 받아들이기로 했다. 엔젤 투자자는 부유한 개인으로 돈만 대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인터넷 창업 기백만달러 들던 때는 옛날
서버 소프트웨어 가격 떨어져 소액 창업 가능
벤처 자본사들 거액 대출 제의해도 퇴짜 맞아
스텐버그는 가볍게 출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벤처 자본가들로부터 돈을 쓰라는 제의가 쇄도했지만 우리는 거절했어요. 벤처자본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면 여러 가지 복잡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데 우린 그것이 싫었어요. 벤j들은 일 진행 속도를 아주 더디게 만들어버리죠”
미보도 결국에는 벤처 자본가들로부터 자금을 받아들인다. 세코이아 캐피털로부터 350만달러를 끌어들였는데 하지만 그것은 미보의 접속량이 일일 20만회 이상으로 빅 히트를 친 뒤였다.
최근 수년간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전국 곳곳의 신설 인터넷 회사들은 이런 방식으로 시작했다. 인터넷 사업이라면 과거 고가의 장비 및 인력, 마케팅 비용으로 막대한 자본이 소요돼 벤처 캐피털이 거의 예외 없이 개입했지만 이젠 크게 달라졌다.
인터넷 테크 사업 출발이 한층 가뿐해졌다. 지금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 많은 신설 회사들이 빈손에서 출발하여 번성한다. 0에서 60마일로 질주하는 격이다.
많은 경우 벤처자본을 이용하지 않고, 벤처 자본을 쓸 경우에도 벤처 자본이 희망하는 액수보다 훨씬 소액이다. 벤처 자본가들은 참여하기도 전에 많은 신생업체들이 기백만달러에 팔려나가 버리기 일쑤다. 이런 사정은 벤처 자본회사들에게는 새로운 도전. 자본은 기록적으로 조성돼 있는데 공급할 곳이 없다.
“벤처 자본회사들은 사정이 이런 식으로 바뀐 것을 아주 싫어하죠. 거액의 자금을 펀딩하고 싶은데 원하는 회사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지요”. ‘Digg’와 ‘Revision3’란 두 개의 벤처회사를 차린 제이 아델슨의 말이다.
‘Digg’는 벤처 자금을 쓰긴 했지만 벤처 자본회사들이 원하는 액수보다 훨씬 적었고, ‘Revision3’는 엔젤 투자자 그룹으로부터 85만달러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벤처 자금회사들도 적응을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주 찰스 리버 벤처는 유망한 창업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트기 위해 25만달러의 소액 융자를 시행하기로 했고 다른 벤처회사들도 기존 공식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소액 대출을 실시하는 추세다.
‘모아 다비도우 벤처’는 태아 단계의 회사에 제공하는 ‘씨앗’ 투자를 한해 5개에서 10개사로 확대하기로 했고 ‘유니언 스퀘어 벤처’는 총자본의 절반을 100만달러 이하의 소액 융자에 배분하기로 했다. 첫 라운드 최소 융자액이 100만달러에서 300만달러 사이라는 이전의 정책을 폐기한 것이다.
벤처 자본회사들도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 실리콘 밸리 전문가는 말한다.
대형 벤처회사들은 소형 융자에도 참여하면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발견하고 있다. 이 분야는 많은 엔젤 투자자 그룹들과 소형 벤처 펀드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이들은 수만달러, 많아야 수십만달러의 소액 투자에 일가견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소액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소위 ‘Y 콤비네이터(Y Combinator)라는 벤처 자본도 생겼다. 이들 회사의 기본 투자방침은 종업원 일인당 6,000달러씩이다.
“지금 50만달러는 옛날 같으면 500만달러”라고 벤처 자본가 마이클 메이플스는 말한다. 그의 벤처 자본사는 소형 자본을 필요로 하는 신설 회사가 주타겟으로 자본규모는 1,500만달러에 불과하다.
메이플스가 세운 벤처 자본사의 기본전략은 틈새시장 공략. 엔젤 투자자들이 대부분 많아야 25만달러 선이고, 기존의 대형 벤처 자본회사들은 초기 투자액이 500만달러가 보통이기 때문에 중간의 갭을 메우는데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세대 인터넷 붐 때와 달리 지금 인터넷 회사들이 소액으로 창업이 가능해진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하드웨어와 밴드위스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가 넓게 개방돼 있고 온라인 광고를 통해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하기에는 대단히 좋은 시절”이라고 닷컴 붐의 베테런 조 크라우스는 말한다. 그의 첫 번째 창업사였던 Excite.com의 경우 아이디어에서 제품을 만들어내는데 까지 300만달러가 들었는데 대부분의 돈이 서버와 소프트웨어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금 그 비용은 현격하게 싸져 무료인 경우도 많다. 그는 최근에 10만달러로 ‘JotSpot’라는 인터넷 회사를 또 차렸다.
<뉴욕타임스 특약-케빈 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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