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콕팍의 한 노인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오른쪽) 할머니가 휠체어에 앉아 뇌졸중 후 찾아 온 외로움과 어려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자와 사는 가정 2.2%, 백인보다 적어
“짐 되기 싫다”혼자 사는 노인도 많아
1987년 가족초청으로 이민 온 이모(75) 할머니. 행콕팍 노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 할머니가 딸과 함께 산 기간은 19년의 이민생활 중 2년2개월에 불과하다. 이 할머니는 “자식들의 뻔한 이민생활에 짐이 되기도 싫고 혼자 살다보니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며 나름대로의 독거 예찬론을 펼쳤다.
한인 대가족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핵가족이 대세인 시류 속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던 노부모와 손자가 함께 사는 모습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손자·손녀와 함께 사는 가족 비율에서도 한인들은 이미 백인들에 추월당했다.
연방 이민국이 최근 발표한 ‘2005 아메리칸 커뮤니티 서베이’에서 30세 이상 한인 중 18세 이하 손자·손녀와 함께 사는 비율은 2.2%로 백인(2.6%)보다도 적었다. 손자·손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다는 비율은 백인이 무려 43.6%인데 반해, 한인은 21.1%에 불과, 아시아 문화권의 대표적인 전통으로 인식되던 대가족 제도가 미국에서는 더 이상 ‘대표’가 아님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한인 대가족의 붕괴를 이민사회의 특징과 경제능력 부족을 요인으로 보고 있다.
칼스테이트 LA의 유의영(사회학) 교수는 “일반인들이 쉽게 오해하는 것이 미국에서 3대가 함께 사는 한인 대가족의 모습”이라며 “삶 자체가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3대가 함께 살 만한 역량이 부족한 것이 이민사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력은 대가족의 구성을 위한 필수 요소다. 한인은 가족당 소득이 백인보다 188달러 높은 6만498달러지만 대가족 구성을 위한 3베드 이상 집 등 상속재산이 현격히 부족, 경제력과 직결되는 대가족의 구성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식 초청으로 미국 땅을 밟은 한인 노인들도 이민생활에 바쁜 자식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함께 살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 쉽지 않고 자식들 또한 외로운 부모의 사정을 알면서도 “함께 살자”는 말을 하지 못한다.
이민 직후 2개월 자식과 함께 산 후 식모로 남의 집살이를 한 이 할머니는 “미국 온 지 3일만에 ‘돈 벌어야 하지 않느냐’는 말을 주변에서 듣고 일할 결심을 했다”며 “그런데 예순이 넘으니 너무 힘들어서 2년 동안 일하다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할머니는 행복한 경우다. “전화만 하면 자식들이 즉각 달려온다”고 자신할 정도로 인근에 살고 있는 네 딸의 부모 사랑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인 독거노인 중 상당수는 추수감사절임에도 자식 얼굴 한번 보기 쉽지 않아 쓸쓸한 명절을 보내기 때문이다.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1996년 미국에 가족초청으로 이민 온 김모(75) 할머니는 딸과 연락이 끊긴 지 10여년째.
뇌출혈로 몸 절반이 자유롭지 않은 김 할머니는 자식과 함께 살고 싶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런 것은 꿈도 꾸지 않는다”며 “그래도 정부에서 돈과 집 주는 여기가 천국이지…”라고 말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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