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에 주둔중인 자국 병력 가운데 5만 명을 빼내 레바논의 친미 정권을 보호하는 일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이집트 언론이 레바논 신문을 인용해 20일 보도했다.
레바논의 알-디야르 신문은 최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 주둔군의 레바논 이전 배치를 위한 비밀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에는 현재 16만5천여 명의 미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이 보도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이 지난 7일의 중간선거에서 이라크 철군을 주장하는 민주당에 참패한 뒤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의 조정 문제가 미국 정치권에서 본격 거론되는 상황에서 나와 주목되고 있다.
이 신문은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라크에서 빼내는 병력을 헤즈볼라의 거점인 베이루트 남부 지역 등지에 집중 배치해 친미 노선을 견지하는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 정부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토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또 미군은 헤즈볼라가 반정부 시위를 벌이는 동안 레바논 주변 해역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가 시니오라 총리에게 내각 개편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시니오라 총리 주도의 내각을 무너뜨리기 위한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이겠다고 지난 18일 선언한 것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을 중단시킨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1701호)가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의 증강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레바논에 미군 병력을 파견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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