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인들이 바그다드 도심의 차량폭탄 테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14일 버스정거장 앞에 세워져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민간인 15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정권잡은 시아파-소수계 수니파 피의 보복 악순환
‘대낮 100여명 납치’등 치안부재… 미군 발뺀다면 ‘내전’
어디로 갈까나.
종파간 분쟁에 휘말린 이라크가 ‘유혈의 늪’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워싱턴 정가는 미군 재배치 논의로 어수선하지만 이라크인들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문제에서 당사자인 이라크인들은 논의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이라크를 대표하는 세력이 없다. 지난 5월 총리자리에 오른 알-말리키는 다수파인 시아파로 종파성이 강한 ‘미국의 꼭두각시 지도자’다. 사담 후세인 시절 권력을 독차지했던 소수파 수니는 지난 5월 출범한 알-말리키 정부를 아예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이라크의 실력자는 마흐디 민병대를 거느린 시아파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로 그는 수니파를 ‘청소’하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여기고 있다.
결국 이라크에는 수니와 시아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는 지도자가 단 한명도 없는 셈이다.
현재 이라크는 북쪽의 쿠르드족 자치지역과 남부지역에 밀집한 시아파, 서부지역에 기반을 둔 시아파로 사실상 3분된 상태이다. 종파분쟁을 종식시키려면 아예 지역 분할을 영구화해 이라크를 세 개로 쪼개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라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공권력을 장악한 시아파는 백주대낮에 정복경관들을 동원, 수니파 주민들을 상대로 피의 보복을 감행하고 있고, 수니파는 민병대를 조직해 힘으로 맞서고 있다. 이들의 충돌로 하루 평균 100명의 민간인들이 죽어나가지만 종파간 폭력은 좀처럼 수그러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 9월14일 자살폭탄 테러로 182명이 사망한 것이 바그다드의 민간인 사망자 일일 최고기록. 14일에는 군복차림의 무장괴한들이 바그다드 시내 이라크 고등교육국 산하 정부연구소에 침입해 연구원과 직원 등 100여명을 납치, 소형 화물차 6대에 태우고 도주했다. 이라크의 치안 부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종파분쟁은 예견된 것이긴 했지만 사담의 잔재를 청산한다는 취지에서 미국측이 수니파로 채워진 바트당과 이라크 정규군을 해체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축출된 수니파 장병들이 속속 저항세력을 조직하면서 대미 항쟁과 시아파 ‘인종세탁’의 전위대 역을 맡고 있는 것.
중간선거가 공화당의 완패로 끝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미군 재배치 요구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됐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 육성중인 이라크 경찰과 보안군의 역량을 자체적 치안유지가 가능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이후에 철군을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이라크의 군경은 증오심으로 가득찬 시아파 유력 인사들의 사병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들의 목표는 이라크의 치안유지가 아니라 수니파와의 싸움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이라크에서 발을 뺀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의 유권자들은 이라크 정책의 대변화를 요구했고, 부시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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