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등교한 아이들은 강당과 오피스사이의 홀웨이에 모여 있다가 8시10분쯤 되면 선생님의 인도로 학교 안 마당으로 들어가 각 학년 교실 앞으로 흩어져간다.
마당에는 온갖 놀이의 도형이 페인트 되어 있고 한쪽은 잔디운동장으로 열려있다. 마당에는 영화관 스크린만한 크기의 두 벽이 떨어져 마주 서있는데 큰 길 쪽에서 보이는 벽면에는 학교 이름이 있고 마당가운데 있는 벽에는 “I ♡ USA”라고 크게 쓰여 있다.
손자 또래인 1,2학년 아이들은 서북쪽 교실 안마당에룸 No. 가 표시되어 있는 자리에다가 가방을 모아두고는 삼삼오오 모여 논다. 미리 와있던 교육구 스탭 두 사람이 아이들의 동정을 살펴보고 선생님들도 아이들 속에 섞여 있다. 8시15분경 벨이 울리면 아이들은 놀이를 그만두고 가방을 메고 줄을 서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교실로 인솔해 간다.
하학 때에도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다시 아침 그 장소로 데리고 와 부모에게 넘긴다.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혹시나 아이들이 사고라도 칠까봐 하루 종일 밀착하여 보살피는 노고가 아름답다.
비슷한 옷들을 제멋대로 입고 있는데다 엇비슷한 얼굴의 맑고 밝은 표정은 어른들의 경색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이민의 나라인 미국의 참 모습을 보고 미국의 관대함과 포용력을 느낀다. 일본과 독일 등 세계 2차 대전의 패전국의 부활을 도와주고 공산권의 붕괴이후 소련, 중국, 월남 등 나라의 경제를 도와주며 그 나라 인구를 이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차 지구촌은 미국, 중국, 인도, 소련, 브라질 등 대국간의 치열한 국제적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의 패권다툼은 불가피하다. 저 아이들이야말로 앞으로 미국의 한 시대를 이끌고 갈 특별한 세대다.
그동안 미국에 살면서 이민자의 입장에서, 마이너리티의 시각에서, 또 시니어가 되어 불평만 해오며 민주당의 지지자가 되어서 한쪽에 편향된 자세로 미국을 비판해온 나의 고루함이 부끄럽다. 6년 전 미국 시민권자가 되어 처음 치른 투표권 행사에서 민주당 후보자는 시의원에서부터 대통령까지 무조건 까맣게 칠한 넌센스 같은 일도 있었다. 이번 투표에서는 좀 더 신중을 기했다. 작지만 미국의 장래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지는 해고 미국은 내가 묻힐 땅이자 아들과 손자들의 나라이다. 내가 후손들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I ♡ USA”.
남진식/ 사이프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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