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정식이라고는 하지만 과연 그 뜻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정식(韓定食) 무얼 말하는 것일까? 우선 정식이 무엇인지 그 뜻을 살펴보기로 하자 정식은 조선시대 다리 셋과 두 귀 달린 1인 솥에 밥을 해 정승들이 먹던 정식(鼎食)이 있고, 불교의 계율에 어긋나지 않는 깨끗한 식사를 말하는 정식(淨食)이 있으며, 일정한 식단에 의해 차
려 내오거나 일정하게 정해진 차례에 따라 차려 내는 정식(定食)이 있다.
여기서 정식(定食)은 양식(洋式)의 만찬(디너)의 경우를 정식(定食)으로 표현하므로 한정식(韓定食)이라 함은 한국의 음식을 양식(洋式)식사처럼 일정하게 정해진 순서에 따라 차례대로 내오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 밥과 반찬을 한꺼번에 차려 내오는 상은 한정식(韓定食)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고 반상(飯床)이라야 맞다. 그리고 차림이라는 말은 음식의 종류(메뉴)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반상차림은 밥을 주식으로 하여 먹기 때문에 그에 어울리는 국과 반찬으로 구성한 다.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상을 일상 식으로 하고 있으며. 반상은 전통적으로 독상이 기본이다. 조선시대에는 반상(班上)을 엄격히 구분하는 계급의식과 장유(長幼)와 남녀 차별의식이 강해 식생활도 신분에 따라 심한 차별제도가 생기게 되었고, 이로 인해 독상(獨常)이라는 식생활 관습이 생겨났다.
찬의 가짓수에 따라 3첩, 5첩, 7첩, 9첩 반상으로 나뉘고 궁중에서는 12첩 반상을 차린다. 첩이란 밥, 국, 김치, 조치, 종지(간장, 고추장, 초고추장 등)를 제외한 쟁첩(접시)에 담는 반찬의 수를 말한다.
이 반상차림은 3첩 반상, 5첩 반상, 7첩 반상, 9첩 반상으로 홀수 첩 반상으로 나가다가 궁중 수라상은 12첩 반상으로 차려 내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과연 왕은 쟁첩이 짝수 반상이고 우리 백성들은 홀수 반상으로 차별화 하였을까? 우리는 홀수가 양수(陽數)이고 짝수가 음수(陰數)다. 그러나 중국은 짝수가 양수이고 홀수가 음수이다. 그러니 백성은 홀수 첩 반상을 즐겨 차려 내었고, 중국 식문화의 영향을 받은 궁중의 수라상은 짝수 수라상을 차려 내었던 것이다. 문헌 자료를 보면 임금님의 수라상만 짝수 첩이었던 건 아니다.
조 자호의 [조선 요리법 1938년]에는 8첩 반상을 특히 새신랑, 새색시 첫날 저녁상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그 보다 훨신 이전의 저술인 [목민심서]에도 조선의 밥상은 밥 한 그릇, 국 한 그릇, 김치 한 접시, 장 한 접시 외에 4첩에 그쳐야 한다.고 하여 일반 가정에서 반드시 홀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상은 밥을 주식으로 하는 아침, 저녁상에 쓰이는 상차림이며 밥, 국, 김치, 조치(찌개) 그리고 장이 기본이 되고 생채, 구이, 조림, 전, 마른 찬, 회 등 재료와 조리법이 다른 반찬 이 3가지, 5가지, 7가지 혹은 9가지가 차려진다. 이 반찬 수에 따라 3첩 반상 혹은 5첩, 7첩, 9첩 반상이라 하며 12첩 반상은 임금님이 드시던 수라상 이다.
5첩 내지 7첩은 어느 정도 여유 있는 반가(班家)의 상차림이었고, 7첩과 9첩은 의 사대부가등의 호화로운 상차림으로 어느 정도 허락 된 상차림이었다. 다만 양반가에서도 외상일 경우 5첩 기준으로 하였다. 이 경우 국은 밥을 조화시키고 김치는 전체를 조화시키고 조치는 다섯 종류의 반찬과 어우러지게 구성 하였다.
다섯 가지 반찬은 청신한 채소, 단백질과 지방 공급원인 육류, 마른반찬, 짜고 쫄깃한 것 가운데서 구성하며 제철에 나는 채소를 취해 나물로 하여 다섯 가지 맛을 즐길 수 있게 구성하였다(강인회 1984년).
여기서 오미가 합성되어 칠미가 되고 오색(흰색, 검정색,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의 아름다움, 식 재료 본래의 오향(누린 냄새 볶은 고소한 냄새 향기로운 냄새 삭힌 냄새, 절인 냄새)을 살리고 덥고 차고 서늘하고, 시원하고 감칠맛의 느낌에서 오는 오감, 맛을 이어주고 끝어주고 식혀
주고, 덥혀주고 씻어주는 오행이 첩 반상에 담겨 있어 오장(간,심,비.폐.신)을 튼튼히 해주는 영양소나 기(氣)가 담겨져 있다.
밥 한상의 차림에는 음식 맛을 이어주고, 끊어주고, 씻어주고, 덮혀 주고, 식혀주는 오행(五行)은 식도락의 극치를 보여준다 할 것이다.
최근에 영양식단 운운하지만 4계(4季)에 따라 오미, 오색, 오향, 오감, 오행이 담겨 있는 반상차림이야말로 종합건강식이며 균형식이 아닐 수 없다.
전류(煎類), 젓갈 등은 주로 육류나 어패류를 재료로 만들어지는 조리 품으로 5첩 이상의 반상에나 올랐다. 7첩 이상일 때는 곁상을 놓았으며 곁상에는 반주(飯酒), 반과(飯果)등을 차렸다. 조치(일명 찌개)는 3첩 반상일 경우 없으며 5첩에는 조치가 1개, 7첩에는 조치 이외에 찜(갈비,닭, 생선, 달걀등)을 하여 두 가지를 겸해 차렸다.
7첩은 최상급 상차림이라는 뜻으로 ‘7첩 반상에 쌍조치’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옛 부터 반가의 남정네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반주(飯酒) 석잔을 하였고 잔이 없을 때는 밥 주발 뚜껑에 엄지가 닿지 않도록 따라 석잔을 마셨다. 반주 석잔의 의미는 첫째 식도(食道)를 연다, 둘째, 술의 산미(酸味)로 구미(口味)를 돋운다. 셋째, 소화를 촉진시킨다는 의미였으며 술 석잔이 넘으면 반주로 부르지 않았다.
반상에는 원반, 네모반, 팔모반 등이 쓰였으며 또한 음식마다 담는 그릇이 정해져 있고 먹을 때는 예절을 지켜야 했다. 밥은 주발, 국은 사발, 김치는 보시기에 담고 조치(찌개)는 조치 보에, 장은 종지에 담아 그 크
기를 각각 구별하여 주고 그 외의 반찬은 같은 쟁첩에 담아낸다.
수저는 상의 오른쪽 앞에 숟가락이 앞으로 오도록 놓고 앞줄 중앙의 왼쪽에 밥을, 오른쪽에는 국을 놓고 찌개는 국그릇 뒤쪽에 놓는다.
상의 맨 뒷줄에는 김치를 놓고 김치보시기의 앞쪽으로 반찬을 담은 쟁첩을 늘어놓는다. 밑반찬이나 나물, 생채 등 차가운 반찬은 왼쪽에 놓고 전이나 구이, 조림, 숙채 등 더운 찬은 오른쪽으로 먹기 좋게 놓는다.
전통적인 상차림은 독상이 기본으로 수저와 국, 밥을 올렸다. 반찬의 종류를 정할 때는 재료와 조리법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빛깔과 영양도 고려해서 정한다.
한상에 차려내는 반상차림은 오미(五味), 오색(五色), 오향(五香), 오감(五感), 오행(五行)이 어우러져 종합 건강식단이라 할 것이다.
반상의 배선은 수저는 상의 오른쪽에 숟가락이 앞쪽, 젓가락은 뒤쪽에 위치하도록 하고 상 끝에는 2-3cm 나가게 한다. 중국과 한국은 수저를 세로로 놓고 일본은 가로로 놓는다. 중국과 일본은 식사를 하는데, 숟가락 사용을 우리처럼 하지도 않고 젓가락과 나란히 놓지도 않는다.
중국과 한국 일본이 젓가락의 길이가 다 틀리다. 그 이유는 각기 다른 식생활의 영향 때문이다. 중국은 음식을 큰 접시에 모듬으로 담아 상의 가운데에 놓고 각 앞 접시에 음식을 옮겨 담아 먹기 때문에 젓가락이 길다.
한국은 수저가 모두 음식을 그릇에서 입까지 가져가는 도구다. 그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의 이용 횟수가 많다. 그래서 한국의 젓가락은 숟가락의 길이와 일치하며 중국보다 짧고 일본보다 길은 중간치다. 일본은 음식을 나르는 도구가 공기고 젓가락은 단순히 음식의 건더기를 입안으로 쓸어 넣는 도구라 짧다.
밥은 상 앞줄 왼쪽, 국은 오른쪽, 그리고 찌개는 국 뒤쪽에 놓는다. 김치는 상 뒤 줄에 놓여지고 김치 중에서 국물김치는 오른쪽에 오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더운 음식인 국, 찌개, 구이, 전 등은 오른쪽에 놓는다.
전골이나 찌개는 반상에 올려놓지 않고 반드시 전골 상에 올려놓아 가족 앞으로 국자로 전골이나 찌개를 알맞은 양을 떠먹도록 되어 있지 지금처럼 모든 식구가 전골이나 찌개 그릇에 수저를 넣어 먹지 않았다.이러한 행위는 일하는 머슴이나 아녀자들이나 하던 행위다.
아쉬운 것은 사회의 신분계층이 무너지고 일제 36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소식문화에서 대식문화로 바뀌면서 최소한 밥상문화에서는 전 국민 상놈화로 평준화 되면서 국자가 사라졌다.그리고 이것이 우리의 전통 식문화인양 인식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우리 고유한 일상 식은 반가의 반상차림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볼 때, 국, 찬은 밥 한 그릇 먹기에 알맞은 양을 담았다. 반찬을 담는 쟁첩의 크기가 대략 지름9.5cm, 깊이 1.5cm로 찬의 양이 젓가락으로 서너 첨 집어 먹을 양이었다. 먼저 밥을 뜨기 전에 국이나 물김치를 한 두술 떠먹는 것이 관례이며 식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숟가락은 상에 내려놓지 말고 밥그릇이나 국그릇에 올려놓아 식사를 계속하고 있음을 알린다.
조선이 망하고 계급사회가 무너져 양반계층이 붕괴된 이후 일제36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질(質) 위주로 먹던 식생활이 양(量) 위주로 먹게 되면서 우리의 전개 형 반상차림이 잔반이 많이 발생하는 불합리한 식단으로 변질 된 것이다. 우리의 ‘푸짐하다’는 표현은 결코 일상 식 식단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손님을 초대하는 잔치음식에서나 적용되었던 말이다. 밥풀하나 쌀 한 톨이라도 허비하면 죄악시 해왔던 우리 조상들의 정서로 볼 때 오늘날 잔반이 많이 나오는 식단이 우리의 전통식생활로 인식되는 것은 우리 고유한 전통식생활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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