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크로니클 성노예 시리즈의 반응이 속사포처럼 터지고 있다. 먼저 미국의 성매매 조달이 이뤄지는 곳으로 한국을 지목하고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한 이 기사가 버젓이 주류사회 언론에 게재된 것은 우리의 힘이 아직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매춘은 세계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사지 팔러로 일하는 여성들이 한인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한국이 태국 러시아에 이어 섹스천국, 인신매매 성행의 오명을 이번 기사로 입게 된 것은 한인 커뮤니티의 힘이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책과 탄식이 헬렌 김 변호사의 SF크로니클에 보내는 진정서와 연계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11개 한인단체가 이 진정서에 서명했고 더 많은 단체들의 참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크로니클지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앞두고 있는 이들 단체들은 정식 항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크로니클의 기사가 편파적이며 인종차별적이라는 것을 강조할 것이다. 또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활약을 하는 한인들의 이미지를 가리고 전체 한인 이민자 중 극소수인 매춘 종사 여성들만 노출시킨 이유를 물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반응이 즉각적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재반격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항의와 강변이 지금 당장의 손에 쥐는 결과로 나오지 못하더라도 커뮤니티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런 행동 역시 힘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연약한 커뮤니티의 지금 위치를 강성하게 만들 제안들이 모아진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를 주의깊게 바라봐야 한다. 그곳에서 우리의 힘이 모아지고 우리의 연대가 학습되어 결국 우리를 강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노예 시리즈의 주인공 김유미(가명)가 정말 성매매 피해자인가에 대한 반론도 많다. 그러나 유미는 손님들에게 인기없다는 이유로 3번씩이나 브로커에게 팔리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당할 피해를 우려해 참혹한 고통을 참아왔다. 젊은날의 실수(카드빚)로 멕시코를 거쳐 밀입국한 미국에서 그를 도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미는 “사람들은 마사지 팔러의 일을 우리가 선택한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노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강요된 매춘 현장에서 포주의 감시를 받고 전혀 외부 생활을 할 수 없는 그곳에서 탈출을 꿈꿨다면 그는 성매매 희생자라 할 수 있다. 오히려 탈출을 꿈꾸지 않는 사람들을 성노예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크로니클이 성노예의 일기라는 말보다는 성매매 희생자라는 표현을 했다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류사회에서도 이 기사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크로니클 인터넷 사이트(Sfgate.com)에는 18일 오전 3시 현재 108개의 답글이 올라와 있다. 이 기사에 대한 논의를 오픈하면서 편집자는 본래 이 기사의 기획 의도는 독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뉴섬 SF시장은 마사지 팔러 단속 강화 방안이 11일 발표했는데 정작 성매매 희생자들을 돕기 위한 한인단체 하나 변변히 없는 현실이 가시로 박힌다. 아시안 마사지 팔러 중 대부분이 한인이라는데 말이다.
<신영주 기자> yj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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