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다인대 경영대학원 학생 4명이 자동차 딜러십 체인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도린 섀너헌 디렉터 앞에서 발표하고 있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나 때로 예외도 있다는 것을 ‘아이언클래드 퍼포먼스 웨어’ 직원들은 3년 전에 알았다. 1998년에 캘리포니아주 엘세군도에 세워진 이 회사는 작업용 장갑에 등산용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최신 기술과 재료를 사용했다는 평판을 얻어왔으나 성장을 가속화시키려면 대단히 전문화된 새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지만 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아가는 것이 최선일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답은 일단의 컨설턴트들로부터 나왔다.
대학에 컨설팅 맡기니 비용 절감·아이디어 쏟아져
MBA학생들은 진짜 실무경험 졸업후 취업에 도움
이 회사의 판매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 켄트 패클은 값비싼 수임료를 지불해야 하는 ‘매킨지’ 같은 기성 컨설턴트가 아니라 인근 페퍼다인 대학의 그라지아디오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MBA 과목을 이용하기로 했다. 정해진 개 회사에 무료로 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해주는 것이 내용인 과목이었다.
담당교수의 허락을 받고 패클이 5개 그룹으로 나뉜 학생들에게 자기 회사의 문제점을 1시간 동안 소개한 15주 후에 각 그룹은 회사가 집중해 뚫어야 할 시장이 무엇 무엇이고 그 방법은 어떠해야 할지를 쓴 제안서를 내놓았다.
그들의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후 패클은 그중 2가지인 석유업계와 군대에 대한 추가 연구를 결정했다. 결국 그 두 시장을 모두 공략한 결과 이 회사의 연간 매출 700만달러 중 10% 정도가 거기서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2년 후에는 25%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패클은 말했다. 이렇게 성공하자 재미를 붙인 패클은 지난 봄 학기에도 페퍼다인에 새로 나올 의류 라인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급할 방안을 찾는 새 프로젝트를 맡겼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비용이 크게 절감되므로 컨설팅비가 아니라 제품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거든요”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스몰 비즈니스는 이 회사만이 아니다. 정확한 숫자는 없지만 전국의 900개 경영대학원 중 학생들이 기존 회사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서 학점을 따는 과목을 제공하는 학교는 100개가 훨씬 넘는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모두 무료는 아니다. 그렇지만 비용을 조금(아메리칸 유니버시티의 코다드 경영대학원의 경우 회사측에 5,000달러를 청구한다) 지불하더라도 돈과 시간에 쫓기며 도와 줄 손길을 찾는 스몰 비즈니스 업체에는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MBA 과정을 밟는 학생들은 새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후계자 문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과제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도저히 접할 방도가 없는 자료들을 제공한다고 페퍼다인의 에듀케이션 투 비즈니스 프로그램 디렉터인 도린 섀너헌은 말한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경영대학원들이 그런 ‘남 좋은 일’을 하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그것은 실무 경험이 있는 MBA를 채용하려는 고용주들의 희망에 대한 대응책이다. 기업들은 경영이론을 즉각 실무에 적용해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졸업생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프로그램이 다 똑같은 것도 아니다. 페퍼다인의 경우 팀을 나눠 제안서를 작성하긴 하지만 학생들은 모두 같은 회사가 내놓은 문제 해결에 매달려 경쟁한다. 또 필수과목이다. 반면 아메리칸 유니버시티의 경우에는 선택과목이며 교수가 대상이 될 회사들을 선정한 다음 각 프로젝트를 학생들에게 광고해서 지원하는 사람들만으로 팀을 구성한다.
어떤 때는 교수의 특정 관심 분야에서 프로젝트가 도출되기도 한다. 4년 전 아칸소 대학의 샘 월튼 경영대학원 경제학 교수로 포도주업계를 연구하던 데이빗 게이는 인근 지역 포도원들이 좋은 컨설팅 프로젝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시 작은 가족 소유 포도원 5개가 결성한 단체인 아칸소주 포도주 생산업자 협의회에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을 방안에 대해 연구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포도원측이 동의하자 게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마케팅, 법적 문제, 테크놀로지 등등으로 쪼개서 과제를 나눠줬다. 그 학기가 끝날 때 학생들은 협의회 측에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부터 포도주에 각 포도주를 소개하는 넥홀더를 달자는 것까지 여러 가지 제안을 담은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이들 프로젝트는 대부분 교수나 교무처 직원이 회사측과 만나서 초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협의한다. 학교측에 따르면 그것은 스몰 비즈니스에 특히 중요하다. 너무 광범위하게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텔리비전 쇼와 영화에 소개된 패션 및 기타 제품을 다루는 온라인 샤핑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브랜드 미디어’란 회사를 세워 3년째 운영하고 있는 트래비스 슈나이더가 그랬다. 작년 봄에 페퍼다인 프로그램을 이용해 마케팅 전략을 세운 그가 처음 이 학교에 원한 것은 더 많은 돈을 벌게 해달라는 것이었으나 섀너헌 디렉터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초점을 좁혀 나갔다.
그렇지만 이런 프로그램에 아무리 참여하고 싶어도 적절치 못한 스몰 비즈니스도 많다. 일단 대학원생들이 고도의 분석을 할 만한 규모가 돼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창업단계는 지나 시장에 제품을 내놓고 있는 회사들이 대상이 된다.
결점도 없지 않다. 제일 큰 것은 타이밍이다. 당장 필요한 자문을 받아야 하는데 그 때가 봄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긴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가을이 돼야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기 내내 학생들과 만나야 하므로 기업측의 시간 소비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학생들의 수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 몇 년 일한 경력 정도로는 업계 지식 등에 있어 기성 컨설턴트를 능가할 수 없다.
그러나 많은 스몰 비즈니스 업체들이 이 프로그램은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엄청나게 비용을 절감하고 20대 젊은이들로부터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만족해하는 패클은 “벌써 학교측에 다음에 새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면 우리가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해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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