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순목사(여성상담교육센터 소장)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한다는데 하루를 보내고 그 분 앞에 머리 숙일 때마나 그에게 영광을 돌리기보다는 그분의 가슴을 아프게 한일이 더 많으니 삶의 순간순간이 죄로 엮어진 것 같다. 딴엔 소외된 이들을 돕는다고 하지만 결국 그것조차 “얼마나 도움이 되랴”싶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들의 아픔조차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미가 되었어도 제대로 어미노릇 한번 못해보고 자식이 되었어도 자식노릇 못한 채, 아내가 되었어도 아내노릇 못한 채, 목사가 되었어도 목사 노릇 못한 죄 때문에 세상은 온통 어지럽고 어수선한 것 같다. 이쯤 되다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모두 죄 짓는 일 같고 살아갈수록 죄만 더해 갈 뿐. 삶의 의미가 어디 있는가? 싶다.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그렇지만 목숨이 붙어 있으니 힘내어 살아갈 수밖에...그래서 사람들은 살아가기가 고달프다고 푸념들인가 보다. 친구 목사님이 내게 “해야 할 일이 끝나기 전에는 이 세상을 떠날 생각일랑 말라”고 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직 사랑하는 일만 남았다. 원망과 미움의 세월 속에서 세상을 어지럽힌 죄를 사랑으로 속죄할 수 있다면...내 영혼 속까지 뒤 흔드는 폭풍의 세월을 살아내야 하던 날은 사람들을 원망하기도 했었는데 뒤돌아보면 모두가 더 한껏 사랑하지 못한 내 탓이었다. 이 일을 생각하면 사랑하는 일만이 나를 삶에 붙들어 맬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을 위하여 “나의 생각과 마음을 열고, 타인을 향한 강한 기대를 버리며, 내면의 폭력의 무리를 내려놓으라. 그리고 한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각오하라”고 조이스 럽은 그의 저서 <나와 함께 춤을 추겠니>에서 말하고 있다. 늘 사람들이 내 기대에 맞게 행동해 주기를 바라며 그 기대가 어긋나면 뒤틀리는 마음으로 살아온 나를 발견하던 날, 하나님의 기대에 걸맞지 않게 살아온 나를 보며 기가 막혔다.
아니, 그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나 자신을 걸맞지 않게 살아온 나 자신을 발견하고 이제 다른 이들을 향한 기대를 접고 대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사랑할 마음을 달라고 그분께 부탁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사랑하기를 두려워한다. 아직도 내 속에 허물지 않은 벽들로 아파할 것을 두려워하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나는 하나님에 대하여 더 많이 알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내 마음 속 깊이, 내 존재 깊은 곳에 주님의 현존을 체험하므로 내 삶도 사랑으로 충만하게 되리라.
그분은 사랑이시니까. 그래서 보잘것없는 사람을 보아도 사랑으로 감싸 줄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나만은 환영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불가능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안다. 인간의 사랑으로는 불가능하지만 내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나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나에 대한 그분의 사랑을 확증하신 그 사랑으로 가능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약하고 불안스러워 보일지 모르나 그런 나를 존귀하게 여기고 생명 주셔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사랑하신 그 사랑을 위하여 살아가고 싶다. 인간의 감정에서 오는 사랑이 아닌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랑의 의지로...그 사랑만이 미움까지도 삼킨다. 감정이 용납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억울함을 당하고도 그를 용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면 자신도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 용서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용서는 그분이 사랑을 깨달은 사람만이 가능하며 그 사랑은 우리의 삶을 성숙시키고 아름답게 한다. 인생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사랑을 위하여 살아가는 일이야 말로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삶이 아닐까! 이제 어두움의 내 가슴에 한 가닥의 빛으로 오셔서 사랑을 알게 하신 그분, 사람
노릇 제대로 못하는 나를 온전한 사람으로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분한데까지 이르도록 참으시고 기다리시는 그분 앞에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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