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문명의 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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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싱가폴에서 미국 대학생이 법을 어긴 적이 있습니다. 싱가폴 정부는 법에 따라 이 대학생에게 6대의 태형을 선고합니다. 이에 놀란 미국 정부는 클린턴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선처를 호소합니다. 그러자 싱가폴 정부는 6대에서 2대를 감한 4대의 태형을 1994년 5월 5일에 집행합니다. 이 사건은 싱가폴은 태형을 집행하는 법문화를 가졌지만 미국은 아이들에게 태형을 포함한 체벌을 가하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할까요?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학생들에게 체벌을 가하지 않으면 더 큰 일 나는 줄 알고 있는 정신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는 그것이 서로 충돌하지 않을 때는 존중되어지고 때로는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서로 충돌되어질 때는 얘기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는 합니다.
9.11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 새뮤얼 헌팅턴이라는 학자는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통하여 이념이 사라진 자리에 문명이 그 자리를 차지하여 이념시대와 같은 대립과 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하라트 뮐러라는 학자는 [문명의 공존]이라는 책을 통하여 문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문명의 충돌 배후에는 지나친 국가주의가 자리 잡고 있음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러나 뮐러의 주장은 헌팅턴의 주장보다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인들은 공항에서 보안검색을 받을 때마다 문명의 충돌에 따른 불편함을 더 많이 체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문명의 충돌로만 이해하려고 하는 것도 올바른 것은 아닌 듯 합니다. 문명 충돌론은 자칫 잘못하면 흑백논리가 되어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양산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에모리대학의 사회학자인 프랭크 레흐너와 존 보일 두 교수는 [문명의 혼성](원제: World Culture)이라는 책을 통하여 문명의 혼성과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현재 세계의 문화는 네 가지 얼굴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자유시장 기업들과 정치적 엘리트들의 ‘다보스 문화’, 둘째는 진보적인 NGO들의 ‘패컬티 클럽(Faculty Club) 문화’, 셋째는 오락과 소비의 ‘대중문화‘,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는 ‘오순절주의’로 태동된 새로운 ‘초국가적 운동 문화’입니다. 이 같은 문화구분은 종교와 인종과 민족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의 문화구분과 많은 차이가 있지만 이 네 가지 문화는 오늘날 세계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저자는 이 같은 문화구분을 바탕으로 ‘지금 하나의 세계문화가 피어나고 있다. 그 문화에서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문화와 끊임없이 접속하고, 언제나 변화되는 문화의 실체를 이해하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입니다.
특별히 두 저자는 이 책의 7장에 언급되어 있는 ‘세계문화의 확장’을 다룸에 있어, 오순절교파의 역할에 대해 분석하면서 그 중심에 서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응용사회학 측면에서 단순한 성공사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하면서 ‘단일 교회로는 세계최대를 자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끊임없이 시도해 온 갱신과 부흥에 대한 열정이 세계화의 선두에서 ‘세계문화 확장의 한 기둥’이 되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필자는 하와이 문화는 문명의 혼성과 가장 일치하는 문화를 가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하와이 문화가 새로운 세계 문화에 뒤 떨어지지 않도록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소원해보기도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세계 문화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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