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모목사(하트포드연합감리교회)
서울의 어느 유수한 교회에서 한 교인이 목사님에게 묻기를 “왜 목사까운 대신에 박사까운을 입고 예배를 인도하느냐?” 또, “목사보다 박사호칭이 더 좋으냐?”고 질문하였다고 한다. 그 목사님은 미국의 유명 신학교를 나온 분이요, 한국에서 널리 존경받는 분이셨으니 ‘가짜박사
행세를 그만두라’는 요지의 질문은 아닐 것이다. 문제는 목사가 예배 시 착용한 성의(聖衣)의 양 소매에 붙인 ‘세 줄 표시’, 곧 박사학위를 나타내는 표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개신교 목회자들을 위한 성의를 개발하였는데, 이는 개신교 목회자들이 천주교 신부와 구별되는 신분을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로 보여진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로만칼라’착용을 거부하거나 심지어 목사까운을 입지말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마도 사도적
전통을 중시한 감리교회나 루터교회 또 성공회의 경우와 달리, 장로교회 등 평신도 제자들에 의해 조직된 교회들은 신학적 이유에서라면 그런 논의가 자연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복장이란 예로부터 신분을 나타내고 자신의 수치를 가리며 신체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
다. 더욱이 하나님 앞에 예배드리는 제사장이라면 마땅히 성경에 기록된 자세한 규정을 다 따르지 못하더라도 엄정하고 정성된 예복을 갖추어 입고 예배에 임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을 줄 안다.
그런데 문제의 ‘목사까운’에 대하여 팔소매에 세줄 박사학위 표식이 없는 굳이 ‘검은색 망토’를 의미하였다면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냐하면 목사까운의 검은색 망토는 중세 이래 이어져 온 성의의 한 형태에 불과하며 천주교와도 약간의 차이를 보이나 성경적 근거는
희박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은 망또 대신 흰색 혹은 청색이야말로 성경적으로 올바른 색깔이다.
뿐만 아니라 성경적인 목사직에 대한 일반인은 물론, 교회 내에서 조차 심각한 오해가 보여지는 것은 ‘목사직은 하나님의 은사로써 섬기는 영적 직분’이나, 목사안수를 마치 학위수여에 버금하여 축하화환을 주고받으며 심지어 임직헌신이 아니라, 마치 어떤 신분에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여기는지 자신을 ‘목사로 호칭토록 주문’하는 이도 만나게 되어 다소 놀라기도 하였다.
‘목사는 양무리를 먹이고 치리하는 목회기능적 직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안수된 목사는 하나님께 헌신된 사역자라는 자의식으로 목회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일단 목회에서 물러나게 되면 당연히 ‘전직목사’ 또는 ‘은퇴목사’로 호칭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인 사회에
서는 한 번 안수한 이에 대하여는 목회를 아니해도 목사로 통칭하고, 교회봉사를 하지 않더라도 장로로 예우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으니 이는 노인을 공경하는 유교적 관습의 반영일 뿐, 본래적 전통적 취지와는 다른 것이다. 그리고 ‘박사’는 특정한 연구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그러므로 어느 누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면, 어느 한 분야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을 ‘매스터’했고 또 일정한 연구성과를 공인받고 독자적 연구자격을 얻은 전문가가 되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박사학위를 수여하고도 목사직을 위임받지 못한 이가 있으며, 교수직 혹은 일반직으로는 헌신하면서도 목사의 직무를 사양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목사가 박사보다 좋다”라는 개인적 고백은 신앙적이라 할 것이다.
성경적으로 보면 ‘만인제사직’을 믿는 신자라면 ‘평신도목회자’를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학생목사’ 역시 존중해야 마땅한 것이다. 같은 논리에서, 어느 목회자가 자기발전과 더 나은 목회를 위하여 공부를 더 하였고 또 박사학위를 수여했다면 그는 ‘전문가 목사’로까지
성장한 것이니 그 노력의 열매는 귀한 것이다.
모쪼록, 성의를 개량하고자 하는 한국교회의 노력은 성경적 의미를 살리고자 하는 시도로 보아 신선한 소식이라 할 것이나, 겉을 치장하는 복식만큼이나 보다 깊고 전문적 소양을 갖춘 지도자 양성을 위해서도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 믿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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