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김
지난 여름 잠깐 서울에 다녀왔다. 전철 안에서 비옷을 파는 사람을 보았다. 노란색 비옷을 입고 또 다른 색이 있다고, 싸게 파는 것이라고, 앞으로 장마철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이번 기회에 비옷을 사두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 전철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러나 비옷을 파는 분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듣지도 않는 듯했다. “참 힘든 장사를 하시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비옷 한벌을 팔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전철을 타야 하고, 듣지도 않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까?
미국에 살면서도 신문, 잡지 등등을 팔려고 하는 분들을 많이 대한다. 나는 항상 거절했다. 그리고 귀찮다고 생각했다. 또 하필이면 밥먹을 때 찾아오거나 아니면 쉴 때 꼭 찾아오는지 하여튼 귀찮았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귀찮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요즘 “이스트베이한인봉사회”에서는 모금운동 때문에 정신없이 뛰고 있다. 그리고 “쉼터”에서 10월 연례행사와 여성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인 커뮤니티가 2006년에 10만달러을 모금하면 블루쉴드가 5만 달러를 보조금으로 수여할 것이라고 했다. 많은 분들이 기부를 하시고, 이 중요한 모금 캠페인을 후원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4만 달러를 모아야 한다. 그래서 아는 분들에게 부탁을 하려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장사하는 분들은 파는 물건이 있지만, 한인봉사회는 파는 물건이 없다. 내가 쓰려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금을 요청하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럽지는 않다. 한인봉사회가 하는 일은 참 중요하고 우리 한인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영리단체는 물건을 파는 단체가 아니라 계몽, 지지(advocacy)와 봉사 활동을 “파는” 단체다. 이익을 본다면, 우리 사회 내에 잠재되어 있는 자원을 더욱더 개발하고, 차세대 한인들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내의 지속적인 권익증진에 중점을 둠으로써 봉사회의 설립목표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를 돕자는 일인데 왜 그렇게도 힘이 드는지. 하긴 많은 분들이 다양한 일로 기부금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봉사회를 위하여 아니, 우리 사회를 위하여 기부와 후원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분들이 같은 생각과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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