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옥
우리앞집엔 은퇴한 할아버지 내외가 사신다. 얼마나 부지런한지 잠시도 가만히 계신 날이 없다. 할머니는 집안을 꾸미고 앞뒤 정원에 잡초를 뽑고 틈틈이 운동을 하러 다니시는가 하면 할아버지는 나무마다 스프링쿨러를 손수 설치하고 담장을 고치며 웬만한 집수리는 혼자 다 하신다.
매주 쓰레기를 내놓는 날이면 일등으로 내놓는데 거의 대부분 잔디쓰레기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옆집것까지 빌려다 내놓으신다. 어디 그뿐이랴.이웃에 사는 할머니들이 도움을 청하면 남의집 차고문까지 고쳐주고 이웃의 거의 모든일을 다 알고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온갖 신경을 다 쓰신다. 얼마 전 우리집앞에 시멘트 공사를 하는데 우리보다 더 자세히 지켜보며 일꾼들에게 지적을 해서 짜증을 낼 정도였다.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시청에까지 가서 우리 도면을 가지고 와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을 하는데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것이 단지 할 일이 없는 노인이라 그런 것이 아니라는데 우리는 더 놀란다. 심장수술을 두 번이나 하고 입원하기를 몇번, 건강이 그리 좋지 않으신데도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은 그 분의 평생이 그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어려서는 일하는 부모님을 돕고,학생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또 졸업후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하면 쉬어본 적이 없으시단다.
어린시절 가난해서 뛰어놀 마당을 가져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마당이 숲처럼 넓은 지금 집을 가지고 너무 행복하다며 알뜰하고 검소하게 사신다. 당신집을 수리하며 쓰던 커텐을 보여주고 아까우니 나보고 쓰겠느냐 물었다. 우리도 변변한 것이 없던 터라 쓰겠다고 했더니 커텐치수를 적어 도면을 그리고 나사 하나까지 작은봉투에 번호를 매겨 다는 방법과 함께 주는것이 아닌가.
멀쩡한 것을 오래 썼다고,혹은 싫증난다고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꾸는 것이 다반사인 요즘 할아버지 부부를 뵈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을까 몇 번이나 내게 되묻고는 도움이 필요하면 직접 와서 달아주겠다 하신다.
며칠 여행이라도 하면 집앞 잔디에 물도 주고,남편이 옆집과의 담장을 혼자 만들자 공구까지 빌려주며 잘한다 칭찬하고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면 이웃을 위해 장식을 아끼지 않는 두 분. 우리 아이들을 보면 착하다 격려하고 남이 하기싫어하는 일도 노구의 몸으로 기꺼이 감당하신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참 부지런하다. 그래서 어딜 가든지 성공하며 안정된 삶을 누린다.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며 많은 것을 나누고 있는 이곳 미국에 살면서 이젠 우리도 이웃을 돌아보고 도와주며 받은 은혜와 사랑을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삶, 나로 인해 이웃이 행복해지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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