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은 ‘가짜 명품’ 사건으로 무척이나 시끄러웠다. 그 중 화장품 사건은 생산지가 이 곳 미국이었다는 이유로 한인들의 반응은 남달랐다. 값비싼 ‘명품’ 화장품으로 한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던 화장품이 알고 보니 명품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것이었다는 게 사건의 요지다. 문제는 ‘마케팅의 승리’라고까지 평해질 만큼 그 제품을 그럴듯하게 포장한 광고와 마케팅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흔히 제품 값의 반은 광고(홍보)비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화장품에서는 그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의 모 방송에서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 화장품 회사는 벌어들이는 돈의 반 이상을 광고 모델료와 마케팅 비용에 썼다고 한다. 그러니 그렇게 비쌌지…라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실제로 그 제품은 한국의 유명 모델에게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며 광고를 찍었다. 세계 상위 1%의 화장품이라는 대단히 배타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한국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서만 끝났다면 어쩌면 용서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그 회사는 있지도 않은 내용을 마치 사실인양 버젓이 홍보했다. 전파를 타고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시대에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허구를 사실로 전달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다.
광고나 홍보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활동이다. 어떤 단체나 법규의 제재가 있기 전에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율적인 제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에는 광고심의 기구가 있어서 모든 광고가 그 필터를 통해 걸러진다. 홍보는 협회 차원에서 윤리강령을 통해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다. 미국에도 당연히 광고, 홍보에 대한 윤리가 있다. 미국광고협회의 윤리강령 첫번째 목록이 바로 ‘진실’(Truth)이다. 미국 PR협회 또한 오직 ‘진실’에 기본을 둘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거짓이나 허위는 안 되는 일, 이를 통해 특정 집단은 이익을 보고 소비자는 피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일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났고 단지 피해와 보상으로 마무리짓기에는 뭔가 께름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 사람들이 ‘비싼’ 물건이나 ‘명품’ ‘상류층’ 코드에 무차별적으로 무릎을 꿇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광고나 홍보가 역으로 증명해 준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마케팅의 승리’라고 하는 것이다.
마케팅 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제품(기업)의 이미지를 원하는 방향으로 심어줄까,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할까 고민한다. 수많은 고민 끝에 탄생하는 광고와 홍보물이 나는 무척 아깝고 소중하다. 오랜 시간을 공들이고 고민한 열매가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멋진 일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있지도 않은 사실을 부풀려서 마음을 현혹하는 것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소비보다 겉치레와 보여주기에 급급한 사람들의 소비의식을 교묘하게 이용한 마케팅의 승리가 더 이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기업과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진정한 마케팅의 승리,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진정한 마케팅의 승리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고민해야 한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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