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이다. 1년 중 달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음력 8월 보름이다.
1주일이 넘는 긴 연휴를 맞은 한국에서는 북한의 핵위협 속에서도 귀향과 성묘와 행락으로 길을 나선 수백만 인파로 전국이 술렁대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추석은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는 명절이다. 물론 아직은 햇대추와 밤, 토란이 가득 가득 쌓이는 마켓과 송편이 불티나는 떡집 등만 붐빌 뿐 추석 쇠기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민생활에서 한국의 전통 명절 지키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년 추석은 마침 컬럼버스데이 연휴 주말과 잇달아 있다. 저마다 바쁘게 사느라 얼굴 보기 힘든 가족 친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추석을 즐기기에 좋은 기회다.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추석을 챙겨 지냈으면 하는 것은 생활의 기쁨을 갖고 자녀들에게 전통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추석은 옛부터 우리에게 가장 기쁜 명절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을만큼 풍성한 수확으로 식탁과 마음이 함께 즐거워지는 날이었다. 마음이 기뻐지면 생각도 넉넉해진다. 일상을 힘들게 하는 문제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여유도 되찾게 되고 남을 위한 배려도 깊어진다. 지금도 우리의 주위엔 따뜻한 마음과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곳곳에 많다.
자녀들에게 가족의 전통을 자연스럽게 익혀주는 데도 명절만큼 좋은 계기가 드물다.
이민가정에서의 고유 명절은 자칫 끊어지기 쉬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단단한 끈이 되어줄 수 있다. 가정과 가정 밖의 세계가 서로 다른 이중문화 속에서 방황하기 쉬운 이민자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하나의 길은 고유의 전통을 통해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고유의 명절을 지키면서 전통을 배우고 그 전통 속에 담긴 가치관을 익히며 건강한 정체성을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다.
명절은 가족을 다시 연결해주는 시기다. 뿔뿔이 헤어져 저마다 바쁘게 살다가도 명절을 기억하게 하고 흩어진 가족들을 불러모으는 구심점이 바로 어려서부터 익혀온 전통이다. 할아버지할머니가 묻힌 포레스트 론으로 온 가족이 성묘를 가거나 오랜만에 모인 친지들이 보름달을 바라보며 토란국과 송편을 나눠먹는 간단한 행사만으로도 추석지키기의 전통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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