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우주 기업가인 로버트 비글로우가 북 라스베가스에 전시된 우주 모텔 축소형 모듈 제너시스 1호(Genesis I) 앞에 서 있다.
우주 모텔은 국가가 관장해 온 우주탐험에 민간인이 직접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그 의미만큼이나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도박꾼은 카지노에서 돈을 몽땅 걸고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 희한한 ‘도박’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단 번에 5억달러를 걸었다. 부동산 재벌 로버트 비글로우(62)가 그 장본인이다. 그가 이처럼 큰돈을 대체 어디에 걸었을까. 우주 모텔이다. 우주에 모텔을 짓겠다고 나섰다. 고무풍선처럼 부풀려지는 우주 모텔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미 우주 모텔 실제 크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험용 우주선 제너시스 1호(Genesis I)를 러시아 로켓 위에 매달아 지난 7월 지구 밖 348마일 지점의 궤도로 쏘아 올렸다.
호텔체인 ‘버짓 스위츠 오브 아메리카’ 창업자
5억달러 투자해 북 라스베가스에서 제작 중
풍선처럼 부풀려지는 모듈, 방 3-4개 무게 20톤
빠르면 5년 내 늦어도 10년 내 지구 밖으로 발사
독자적인 우주탐험 프로그램 없는 나라들 주 고객
두번째 발사는 지금 준비 중이다. 북 라스베가스에 있는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빠르면 5년 내 늦어도 10년 내에는 실물 크기의 우주 모텔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숙박료를 지불하는 손님들에게 모텔을 임대할 작정이다.
만일 우주 모텔이 현실화 하면 파리의 아무리 멋진 호텔이라도 견줄 바가 못 된다. 발아래에서 태양이 뜨고 지며 지구가 빙빙 도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어느 곳에서도 감상할 수 없는 광경이 될 것이다.
비글로우는 정부가 독점해 온 우주 탐험 분야에 도전장을 낸 야심적인 기업인이다. 항공우주 산업 기업인인 버트 루탄, 엘론 머스크 등과 함께 비글로우는 자본주의의 무한한 경쟁을 찬미하는 사람이다. 중력이 없는 우주라고 기업가가 도외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비즈니스가 된다면 어디든지 간다는 개척정신에 충만해 있다.
루탄과 머스크가 우주선을 만드는 동안 비글로우는 풍선처럼 부풀려지는 모듈(module)을 제작하고 있다. 우주에 띄운 뒤 풍선처럼 불어 우주 모텔로 만들겠다는 조금은 ‘기이한’ 구상이다. 체육관, 회의실 등을 고루 갖추겠다고 한다.
풍선 우주모텔은 철제구조 모텔에 비해 가볍고 간단하다. 그러나 만일 열을 받아 수축되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된다. 가장 큰 단점이다. 비글로우는 이번 프로젝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7,500만달러를 썼다. BA330으로 알려진 우주 모텔은 무게가 20톤이다. 개별 방이 3-4개가 마련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절반이 조금 넘는 1만2,000입방피트의 부피다.
비글로우는 호텔 체인점 버짓 스위츠 오브 아메리카로 떼돈을 벌었다. 이 세상에서 큰돈을 번 비글로우도 우주 모텔 구상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시인한다. 과연 수지가 맞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가 거액을 내고 우주 모텔에 투숙하겠느냐는 것이다. 현재로선 투자자인 데니스 티토와 같은 거부만이 이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정거장에 한번 체류하는데 드는 비용 2,000만달러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로 날아가는 값싼 루트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엘세군도의 우주탐험 테크놀러지사의 창업자인 머스크가 올해 최초로 이를 시험했다가 실패하고 말았다. “기술적으로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숱한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는 게 머스크의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글로우의 탐험정신을 높이 사면서도 과연 민간인이 우주탐험을 혼자서 시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비글로우는 처음부터 일반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삼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 대신 아직 항공우주 프로그램이 없는 나라들을 손님으로 하겠다고 한다. 이들에게 우주탐험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테니 굳이 우주선을 만들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우주 모텔을 이용하라고 선전할 생각이다.
이에 대해 패사디나의 항성사회연구회의 사무총장인 루이스 프리드먼은 “단순히 사업모델만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다. 우주 탐험은 항상 예기치 않은 일에 직면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실패했을 때를 가상해 제 2의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비글로우의 도전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역사는 누군가 앞에 나서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과감히 추진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비글로우의 시도를 격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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