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로 삼엄한 펠리칸 베이 교도소에서
20년간 창문 없는 독방신세 40대 다니 존슨
최근 멕시코 드아옌데에서 전시회가 열렸다. 이 날 아침 전시회 그림들을 그린 화가는 자리에 없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있었다. 펠리칸 베이 주교도소의 콘크리트 방에 있었다. 다니 존슨(46). 그는 살인죄와 교도관을 칼로 찌른 죄로 3번에 걸친 최고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금껏 20년간을 독방에서 지냈다. 그런데 이 곳이 바로 그의 화실이다. 그는 그림 그리는 붓을 플라스틱 랩, 포일(foil), 그리고 침대 밑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주섬주섬 모아 만들었다. M&M 초콜릿에서 물감을 빼냈다. 포도 젤리가 들어 있던 작은 플라스틱 통 위에 물감을 올려놓고 그림을 그린다. 빈 엽서가 캔버스다.
플라스틱 랩·포일·머리카락 이용해 붓 만들어
교도관에 매달 “M&M 초컬릿 사 달라” 주문
물에 풀어 물감 되면 빈 엽서에 추상화 그려
가족·친구에게 그림 25점 보내 전시회 성사
수익금 전액 수감자 자녀 후원 기금으로 기탁
전시회 첫날 리셉션에는 약 500명이 그의 그림을 즐겼다. 존슨의 그림은 아주 작다. 그리고 25점뿐이었다. 생그리어(sangria: 붉은 포도주에 주스나 탄산수를 타서 냉각시켜 마시는 음료), M&M에 담긴 큰 접시 그림도 있었다.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 가운데 몇몇이 존슨의 그림을 샀다. 작품 당 500달러에 6장이 팔렸다.
화랑 주인인 아돌포 카발레오는 “그의 그림들은 새로운 기술로 그려졌다. 전통적인 그림 기법을 구사할 재료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초콜릿 색소를 이용한 그의 창작력은 대단하다”고 했다. 통상 수감자들이 만든 예술품은 교도소에서 기술 강습을 받은 뒤 만든 조악한 모방품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존슨은 교도소에서 어떤 기술 강습도 받은 적이 없다. 그가 갇혀 있는 교도소에서는 이러한 강습이 행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존슨의 그림은 힘이 있다. 무언가 그림 속에서 뿜어 나온다. 그리고 추상화가 많다. 오랜 세월동안 사회와 격리된 채 혼자 지내면서 겪는 심리적, 정신적 경험이 이러한 독특한 예술세계를 낳았다. 창문 없는 감방에서 20년간 살아 온 그다. 그 정신세계는 짐작하기 어렵다.
그림을 본 사람마다 그 감상은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존슨의 작품에서 추억, 갈망, 광기가 뒤섞여 묘한 여운을 남긴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존슨이 감방에서 그린 그림들에 인간의 진솔한 측면이 담겨있긴 하지만 예술적 가치를 인정하긴 어렵다고 했다.
존슨은 머리를 뒤로 매끄럽게 벗어 넘겼다. 몸에는 문신이 있다. 턱수염이 다소 가지런하지 않게 자랐다. 배가 약간 나왔다. 존슨은 감방에서도 자신의 전시회에 대한 반응을 궁금해 했다. 그러나 이내 모두 속절없는 일라고 체념한 듯했다. 존슨은 마약과 폭력에 찌든 자신의 삶을 인정하면서도 어두웠던 과거와자신의 범죄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다. 진솔하기도 했지만 간혹 절망어린 표정과 말이 확연했다.
“나는 신비로움을 사랑한다. 혼돈과 우주를 좋아한다.” 오리건 주와의 경계에 위치한 펠리칸 교도소는 3,300명의 위험인물들이 수감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경계가 삼엄한 교도소로 알려져 있다. 존슨은 이 교도소 수감자 가운데서도 특별 요주의 인물이다. 별도 감방에서 지내야 한다. 가석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밥은 개구멍 같이 감방 문 밑으로 들여보내진다. 면회를 와도 두꺼운 유리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존슨은 지난 17년 동안 사람을 만져보지 못했다. 그는 2001년 소책자를 출간하기도 했다. 제목은 ‘Donny: Life of a Lifer’이다. 사람과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골방에서의 시간을 일종의 고문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그림은 위안, 집착, 그리고 삶의 업보 등을 내포했다. 그의 내면세계의 표출이다.
존슨은 어떻게 그림 재료를 공급할까. 교도관에게 부탁한다. 한 달에 한번 주문할 수 있다. M&M은 한 봉지에 60센트다. 한 번에 10 봉지를 주문한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를 구분해 각각 다른 젤리 통에 넣고 물을 붓는다. 휘저은 뒤 초콜릿 알갱이를 빼낸다. 그러면 조금씩 다른 색이 나온다. 며칠 놔두면 색이 더 진해진다.
존슨은 다른 사탕을 가지고 새로운 색상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냥 다 먹어버렸던 것이다. 존슨은 포도 쿨 에이드에 빨간색 M&M을 섞었다. 자주색이 나왔다. 노란색 M&M과 커피를 섞었더니 옅은 고동색이 됐다.
교도소 측은 존슨의 작품 활동을 허용했다. 다른 이상한 물품구입이 아니라면 초콜릿이나 음료 정도는 주문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존슨이 그린 그림을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생긴 수익금을 존슨이 관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존슨은 이 돈을 죄수 자녀들을 위한 펠리칸 베이 교도소 프로젝트에 전액 기부할 생각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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