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뉴저지 베데스다교회)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나 민족을 어떤 관점에서 볼 것인가? 이 문제는 신학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다. 크게 보아서 이스라엘의 독특한 위치를 주장하는 견해(예를 들면, 세대주의)와 그런 독특성을 부인하는 견해(대체론)로 나뉘인다. 전자에 의하면, 이
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 속에 있어 장차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의 때에 전 민족적인 회개를 통해 세계속에서 제사장 나라로서의 위상을 갖게 될 것을 믿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세대주의(Dispensationalism)는 창조 이후 인간의 역사를 7단계로 구분하면서,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이 땅에 천년 왕국이 세워지며, 그 시대가 도래할 때, 이스라엘 민족이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세계 속에서 영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회복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에는 구약에 예언되었으면서도 아직 성취되지 않은 많은 약속들이 실현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바로 미래의 천년 왕국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파괴된 자연의 회복에서 동물계의 평강에 이르기까지 현세의 삶의 가치를 강조하고 그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거기서는 병들고 상한 육체가 회복되고, 자연 속에는 평화와 영광이 회복된다(참고 사11:609, 사35장).
이런 주장에 반해서, 이스라엘의 특별한 위치를 부인하는 견해를 “대체론(Supersessionism or Replacement View)”이라 부른다. 이 주장에 의하면, 오늘날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이스라엘이나 이방인이나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예수님도 이스라엘이 불신앙으로 버림 바 될 것을 예언하셨다(마8:11-12). 옛 이스라엘 또는 유대 백성은 하나님이 보내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배척하고 처형함으로, 하나님의 백성된 지위를 상실하고 버려진 상태에 있으며, 그 자리를 오늘날 교회가 대신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의 구원의 교리를 확립함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사도 바울의 서신에 의하면, 유대 민족 중심의 구약의 율법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대체되었으며(갈3:22-29), 오늘날에는 유대인이나 이방인의 차별이 없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과 순종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롬3:22,10:12). 이런 틀 안에서 볼 때 로마서 11:26 “온 이스라엘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구절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여기 “온 이스라엘”은 장래 재림의 시기에 이스라엘 모든 백성이 구원을 얻는다는 뜻이 아니라, 초림 이후 재림까지 “택함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이 구원을 얻는다는 뜻으로 바뀌게 된다(M.로이드 존스의 견해). 천년왕국에 대한 신앙은
그것이 현실적 모든 기대가 충족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환영받을 수 있으나, 그 시대 예루살렘에 성전이 세워지고(미4:1), 제사가 드려진다는 예언(슥14:21)은 문자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구약 제사의 완성으로, 그 이전 제사제도는 더 이상의 있어야 할 의미를 잃는다(히10:5-18). 하나님은 예루살렘이라는 특정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는 곳에 계시기 때문이다(요4:21-24).
이스라엘에 대한 동정적 견해는 구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일과 20세기 초 이스라엘이 겪었던 큰 핍박(Holocaust)에 대한 서구인들의 동정심이 자리 잡고 있다. 성경의 올바른 이해는 신약을 통해서 구약을 읽는 것이고, 전체적인 틀 안에서 부분적인 것을 해석해야 한다. 앞으로 되어질 성경의 예언을 해석하는 일은 자칫 자기가 갖는 견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쉽다. 오늘날 세계 속의 이스라엘은 자기 민족과 국가의 영달을 추구하는 점에 있어서는 다른 어느 국가와 다를 것이 없다. 이들의 장래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에서 해석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세대에나 하나님의 백성의 의미와 가치는 이 땅에서 “공의와 사랑과 생명의 가치를 알고 실현하는 데”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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