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백인가정에 입양된 흑인 4,000여명
1998년 2,200명에 비해 거의 갑절로 늘어
백인아동 드물고 외국아동 입양엔 거액 필요
인종 고려 금지한 ‘다인종 입양법’도 한 몫
“편의주의보단 진정한 문화이해 절실” 지적도
마티나 브로크웨이와 마이크 팀블은 시카고에 사는 백인 부부다. 이들은 흑인 어린이를 입양하길 원했다. 그래서 브로크웨이는 흑인 교회에 있는 입양기관을 찾아갔다. 이들 부부의 딸 루미어(3)는 흑인 입양 동생이 올 것에 대비해 벌써부터 흑인 인형을 갖고 논다. 루미어는 ‘Please, Baby, Please’와 같이 흑인을 주제로 한 아동도서들을 책장에 갖고 있다.
그런데 이들 부부의 뜻이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라기보다는 삐딱한 반응이었다. 백인 친구들이 “백인 입양아는 없느냐?” 하고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물론 브로크웨이의 흑인 친구들은 흑인 아동 입양을 지지했다. 브로크웨이는 “하지만 흑인 친구들도 무언가 할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남편 팀블은 단호하다. 흑인 아동을 입양하는 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당당하다. 이들 부부처럼 흑인 아동을 입양하는 백인 가정이 늘고 있다. 흑인에 대한 문화적 거리감이 좁혀지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사례다.
2004년 어린이 보호기관에서 생활하던 흑인 아동 가운데 26%인 4,200여명이 타인종 가정에 입양됐다. 입양가정 대부분이 백인가정이다. 1998년에는 14%인 2,200명이 타인종 가정에 입양됐었다. 이를 비교하면 입양에 있어서 인종간 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메리칸 대학의 사회학 교수 리타 사이먼은 “이는 매우 중요한 증가”라며 “행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인종간 입양이 쉬워지고 있다. 사람들이 외국여행도 많이 하고 견문을 넓히면서 타인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센서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만6,000여 백인 가정이 흑인 아동을 입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 전문가들은 2000년 이후 백인 가정의 흑인아동 입양은 더욱 증가했다고 말했다.
타 인종 입양증가는 연방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아동보호기관들이 인종에 기초해 입양을 하지 못하도록 한 법규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한술 더 떠 아동보호기관들은 타인종 입양을 주선할 경우 재정적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 법적 뒷받침, 재정지원 및 사회적 인식변화가 타 인종 입양을 활성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지난 15년 동안 외국에서 어린이 20만여명을 입양했다. 백인 가정의 흑인 입양 증가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백인 아동을 입양하려면 너무도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외국 어린이를 입양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1만5,000달러에서 많게는 3만5,000달러까지 든다.
더욱이 입양 지원기관들은 타인종 입양을 원하는 가정을 위해 입양절차와 문화적 이해 등을 교육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입양을 돕는다. 브로크웨이와 팀블 부부는 첫 딸 루미어를 어렵게 가졌고 임신 25주만에 낳았다. 조산이다. 아이의 건강이 여간 걱정이 아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통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다시는 아이를 낳을 자신이 없다. 그래서 입양을 결정했다.
하지만 백인 어린이는 구하기 힘들고 외국 어린이 입양에는 거액이 필요하다. 교사인 브로크웨이는 “사람들은 아시안 어린이가 더 키우기 쉽고 마음에 든다고 하지만 나는 흑인 어린이가 우리에게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백인 가정의 흑인 아동 입양이 증가하고 있지만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흑인 소셜워커 전국연합은 1972년 백인에 의한 흑인아동 입양을 ‘문화학살’로 규정했다. 1994년 회칙에 이 문구를 삭제했지만 여전히 같은 인종 간 입양을 추천하고 있다.
또 아동복지연맹과 같은 단체는 인종이 아동입양 시에 고려해야 할 최우선 이슈가 될 필요는 없지만 무시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라델피아의 흑인 소셜워커 조세프 크럼블리는 “흑인 아동을 입양한 백인 가정이 인종 문제가 대두됐을 때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풀어나가느냐 하는 게 흑인사회의 주요 관심사”라고 했다.
일부 흑인들은 백인들의 흑인 아동 입양을 흑인에 대한 경멸로 보는 시각을 갖고 있다. 그저 편의주의에 입각한 입양보다 흑인 어린이들에게 안정되고 항구적인 가정을 마련해 주는 게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브로크웨이의 흑인 친구인 이시아 그랜저(36)는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왜 이 나라에서 소외된 채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흑인 아동들을 외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뼈 있는 말을 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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