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가까이 퀸즈 공립학교에서 ESL 교사로 근무해 온 한 1세 한인교사는 지난해 업무능력 평가에서 생애 첫 낙제(Unsatisfactory)를 받고 충격에 휩싸였다. 각종 교육자상을 수상하며 교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아왔던 해당교사는 현재 부당함을 호소하며 뉴욕시 교사노조(UFT)를 통해 이의제기를 신청해 둔 상태다.
낙제평가는 2년 연속 받을 경우 교직을 떠나야하지만 단 한 차례라도 낙제평가 기록이 있으면 타 학교 전근마저 어렵고 게다가 나이든 경력교사에게 있어 낙제평가는 교직을 떠나라는 압력과 마찬가지다. 또 다른 한인 1세 교사는 비록 낙제평가는 받지 않았지만 아예 수업시간을 배정받지 못했던 케이스. 교사에게 수업시간을 할당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무언의 사임압력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ESL을 담당하는 또 다른 한인 1세 교사도 한인학생 등록이 감소해 한국어 ESL/이중언어 학급이 점차 줄어들면서 그간 타 학교 전근을 모색해왔지만 번번이 기회가 닿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다. 이처럼 이민 1세 출신 한인교사들의 사정은 일부를 제외하곤 서로 대동소이하다. 이중언어가 가능한 1세들의 교직 진출을 적극 장려하던 10~20여 년 전과는 미국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980년대 연방정부가 소수계 이민자 학생들의 공교육 지원을 위해 공립학교 이중언어 의무교육정책을 시행하면서 뉴욕 일원 공립학교에도 한인 1세 교사들이 소수지만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후 1992년 LA 폭동 직후 인종갈등 해결을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소수계 언어교육에 대한 관
심이 증폭됐고 이를 전후로 한인 1세들의 교직 진출이 급물살을 탔었다.
하지만 한인 이민자 학생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한인 1세 교사의 인력 수요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수년 전부터는 정원미달로 한국어 ESL/이중언어반을 폐지하는 학교까지 속속 생겨났다.
수업할 학생이 없어진 한인 1세 교사들은 수모를 무릅쓰고 타 학급 보조교사 신세로 전락한 경우도 있었고 생존전략의 하나로 입지를 넓히고자 일반 과목의 교사자격증을 추가 취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기도 했다.
같은 소수계라도 중국인 ESL/이중언어 교사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중국인 이민자 학생들의 유입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 아무리 영어가 서툴더라도 중국인 1세 교사들은 안정적으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한인 1세 교사들은 종신직 교사여서 학교가 함부로 해고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제자를 길러낸 교사들에게 갑작스레 영어부족을 문제 삼거나, 마이클 블룸버그 행정부가 새로 도입한 낙제평가제도 등 교육정책 개혁의 틀을 핑계로 궁지로 내몰
고 있는 양상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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