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척추부상·뇌졸중 등 전신마비 환자 두뇌에
4밀리미터 소형 센서 이식 ‘생각쭭행동’ 전환 기능
이메일 열고, 비디오게임 즐기고, TV채널 맘대로 돌려
“공상과학이 현실세계로” 호평 속 2009년께 상용화 기대
“오래되면 센서기능 약화·뇌 감염 등 부작용 상존” 지적도
전신마비를 앓고 있는 한 남자가 컴퓨터를 작동하고 TV를 조절하며 로봇을 통제한다. 생각만으로 이를 가능하게 한다. 기적 같은 일이다. 이 남자는 두뇌에 이식된 작은 센서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컴퓨터, TV, 로봇에 전달한다. 루게릭 병이나, 척추부상 또는 다른 질환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에게 낭보가 아닐 수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지만 이 소형 감지장치를 뇌에 이식함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그대로 이 세상에 표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연구결과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팀의 존 도나휴 박사(브라운대 신경학)는 “두뇌가 제대로 작동하면 우리가 이를 얼마든지 선용할 수 있다”고 기뻐했다. 두뇌에 소형센서 이식을 가장 먼저 받은 매튜 네이글(26)은 컴퓨터 마우스를 움직여 이메일을 열고, 단순한 비디오게임을 즐겼다. 그리고 컴퓨터 스크린에 간단하나마 둥그렇게 원도 그렸다. 네이글은 TV채널을 돌리고 소리 크기도 조절할 수 있었다. 컴퓨터의 커서(cursor)를 움직이는 게 아무래도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기본적인 동작은 어렵지 않게 익혔다. 매사추세츠의 뉴잉글랜드 시나이병원과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네이글은 “나는 이 작동요령을 나흘 만에 익혔다”며 뇌에 소형센서를 이식한 후유증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의 한 고교 풋볼스타였던 네이글은 2001년 7월 해변에서 발생한 패싸움에 휘말려 변을 당했다. 자신은 싸움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누군가 목을 칼로 찔렀다. 범인은 10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이지만 네이글은 아무 잘못도 없이 어깨 아래가 완전히 마비되는 불구의 몸이 되고 말았다.
네이글의 두뇌에 이식된 센서는 그 전에는 실험용 원숭이에 이식됐었다. 물론 이 보다 단순한 형태의 센서를 사람에게 이식하고 실험을 한 적은 있다. 온타리오 퀸즈 대학의 스티븐 스캇 교수(해부학 및 세포생물학)는 공상과학에서나 다룰 수 있는 주제를 현실로 가져왔다고 이번 연구결과를 극찬했다.
이 센서는 가로 세로가 모두 4밀리미터이다. 이 센서에는 100개의 전극이 들어 있다. 이 센서는 네이글의 팔을 움직이도록 대뇌피질에 이식됐다. 그리고 이 센서는 네이글의 정수리부분에 약간 튀어나오게 만든 부분에 연결됐다.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경우 컴퓨터에 연결된 케이블을 네이글 정수리에 연결한다. 그러면 영화에서나 보아 온 장면이 나타난다. 네이글이 컴퓨터를 작동하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가 연상된다. 이제 네이글이 비디오게임을 하려 한다. 목표물을 맞추어야 한다. 팔을 움직이는 것을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이 센서에 전달돼 컴퓨터로 간다.
하지만 만사형통은 아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상용단계는 아니다. 뇌의 작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전극의 기능이 지난 수개월간 약화되고 있다. 문제는 아직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머리에 구멍을 내서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 무선으로 두뇌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상용화가 가능하다. 유선 연결은 환자가 감염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문제다. 게다가 네이글에 대한 실험은 전문가들이 매일 30분씩 경과를 점검해야만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비용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장벽들을 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연구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는 게 학자들의 주장이다. 네이글의 센서이식이 이미 수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작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브레인게이트(BrainGate)로 불리는 이 센서는 매사추세츠의 사이버키네틱스 뉴로테크놀러지 시스템즈(Cyberkinetics Neurotechnology Systems)가 개발한 것이다. 이 회사는 다른 세 사람에게도 센서이식을 실험중이다. 한 사람은 척추마비증세로, 다른 사람은 루게릭병으로, 나머지 한 사람은 뇌졸중으로 브레인게이트의 실험대상이 됐다.
이 회사의 CEO 티모시 서지너는 이르면 2008년이나 2009년께 이 센서가 일반 시장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의 연구팀에는 이 회사에서 일하는 연구원도 있다. 이번 연구팀을 이끈 도나휴 박사는 사이버키네틱스의 공동창업자이자 연구원장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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