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 중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것도 그렇다며 사진찍히기를 거부한 이정훈 목사는 옆모습 촬영만 허락했다. 사진은 KYCC 단원들의 요청으로 민요 녹음을 하고 있는 모습.
“국악은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
90년대 초 미 전역 대학 풍물패 탄생 주역
전통문화 접목으로 한민족 예배언어찾기에 노력
목사가 민요강습을 한다? 한인청년문화원(KYCC 회장 석승혜)이 지난달 31일부터 8월 2일까지 개최한 민요강습의 지도자는 뜻밖에도 본국 성실교회 담임인 이정훈 목사였다.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컨셉을 한몸에서 뿜어내고 있는 그는 16년만에 사도 바울이 전도지를 방문한 것처럼 KYCC를 찾았다. 90년 그에게 배웠던 학생들은 이제 KYCC 이사가 되어 있고, 여전히 우리장단 우리가락이 살아있는 곳으로 KYCC가 커가는 모습과 풍물치는 후배들을 보니 자랑스럽기만 하다. 90~92년 미 전역을 돌며 하버드대 우리문화찾기, 예일대 유니티풍물패 등 각 대학 풍물패를 탄생시킨 주역도 그였다. 미 전역 풍물패연합 리더들 대부분이 그의 제자인 셈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국악과 가까운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국악이라면 얼굴을 돌리고 이유없이 싫어했지만 80년 중반 일본에서 문화적 충격을 받고 돌아와 탈춤을 시작했다. 내가 한국인가, 한국사람이라면 무엇이 다른가를 확인하기 위해 판소리, 민요, 피리, 대금 등을 머슴살이하듯 배웠다. 이렇게 시작한 국악이 ‘체질에 맞아’ ‘몸과 마음이 풀리는 듯’하여 우리를 받치고 있는 뿌리에 잇댄 예배문화찾기를 위해 애쓰고 있다.
“일제가 모든 국악의 가치를 빼앗아갔다. 국악을 무당굿, 기방문화의 소산이라고 보는 것은 일제가 그것만 살려놓고 나머지는 말살했기 때문이다. 국악은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님들에게 주신 달란트다. 교인들의 평균 눈높이에 맞춰 예배언어를 개발해야 한다.”
예배와 전통문화 접목을 추구하는 성실예배교육문화원(11개의 다양한 모임)과 2007년 개설될 ‘예수향기풍류마을(소외된 청소년들의 상처 치유)’ 개설도 다 그 노력의 결과물이다.
그는 “사실 괭과리는 논농사에 적합한 악기라 실내에서 연주하기엔 시끄럽다. 대신 가야금, 거문고, 해금 등의 관현악기로 교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목사님이 싫어한다고, 교인들이 거부한다고 물러설 것이 아니라 서서히 추수감사절 예배 등을 국악찬양과 민요로 드려보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우리 민족 정서에 맞는 예배이기에 교회의 호응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민요가 가지고 있는 힘은 놀랍다. 사람들을 전염시키고, 감동시키고, 흥분시킨다. 활연관통(豁然貫通, 환하게 통하여 도를 깨달음)하게 한다. 한민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아리랑이 있어왔다. 블라디보스톡 아리랑, 독도아리랑은 있는데 SF, LA아리랑이 없다. 이곳에 사는 여러분이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임병진 산호세 릴랜드고 교사는 “15년전 보스턴에 있을 때 후배에게 이정훈 목사님에 대해 들었다. 그는 미 전역에 풍물의 뿌리를 내린 사람이다. 어렵게 미국에 온 그분의 목소리를 잡아두고(녹음해두고) 사사받는 기분으로 민요를 익히려 한다”며 “개학 후 릴랜드고 풍물패와 함께 듣고 배우겠다”고 말했다.
<신영주 기자 yj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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