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뉴저지 베데스다교회)
지금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축구경기가 한국을 비롯한 온 나라 국민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른 나라처럼 큰 호응이 없는 듯하다). 운동경기가 있는 곳에는 항상 어떤 영웅이 탄생되기 마련이다. 이번의 월드컵을 통해서 또 어떤 영웅이 탄생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한국에서는 역전의 우승을 일궈낸 이천수, 안정환 선수의 기사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단순히 운동경기의 차원을 넘어 인간 역사 속의 큰 줄기와 전통을 되돌아보게 된다. 고대 헬라 문명은 히브리 문명과 함께 오늘날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헬라 문명의 특징은 현세 중심적, 인간 중심적이요, 이 세상의 아름다움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가진 문명으로 평가된다. 그 문명 속에 일찍이 올림픽 경기라는 것이 있어, 인간의 힘과 육체의 아름다움이 숭상되었다.
헬라 문명 속에는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여신과 함께 힘찬 몸매의 남신들도 존재했다. 다신교 문명은 인간 중심적인 특징을 갖는다. 그들의 신이란 이상적인 인간의 투사라고 말할 수 있다. 헬라 세계의 신들은 인간처럼 애증에 얽혀 행동하는 데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올림픽 경
기는 인간의 힘과 미가 표출되는 현장이다. 오늘의 시대가 그런 것처럼, 이 운동경기가 열린 곳에는 인간 영웅들이 탄생되었을 것이다.
이런 문명의 영향과 전통 속에서 우리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기억되는 영웅들은 과거 또는 현재 운동 경기를 통해 배출된 인물들이다. 손기정, 하용주, 이봉주, 마이클 조단, 베이브 루수, 무하마드 알리 등등이다.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 중인 한국의 모 야구 선수는 한 때 그 외모와
그가 받는 엄청난 연봉으로 한국 처녀들이 시집가고 싶어 하는 신랑 후보에 첫째였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의 육체가 항상 건강하고, 항상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시대를 주름잡는 영웅도 세월 속에 노쇠할 수밖에 없고, 어느새 다른 인간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영웅의 대접을 받는 사람도 어는 순간 늙고 초췌한 모습으로 과거 속의 사람이 되고 만다. 역사
의 무대에서 대중의 우상이 되었던 사람도 어느 순간 그 무대를 내려와 한 평범한 인간 속에서 자취를 감추어야 한다. 수천 년 전 헬라 땅에서 올림픽의 함성이 울려 퍼질 때, 팔레스타인 땅의 한 성전(Temple)에서
는 짐승의 희생 제사를 드리며, 엄숙한 분위기에서 인간의 죄를 고백하고, 여호와 하나님에게 제사를 드리는 의식이 있었다. 이 현장에서는 인간의 아름다움과 힘을 자랑하는 것 대신, 인간의 죄와 약함을 고백하며, 탄식과 아픔 속에서 신의 은총을 구하고 있었다. 이런 전통 속에는
인간이란 한 낮 들에 피는 풀과 같고, 그 영광이란 풀의 꽃과도 같다는 고백이 있을 뿐이다.
이 시대 우리는 두 개의 전통을 함께 받아 살고 있다. 그 당시에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개의 낯선 문명이 오늘날에는 교회 안에서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월드컵 경기를 교회 안에서 시청하면서 응원하는 것은 사실, 그 시작에 있어서는 조화될 수 없는 문명이었다.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님을 높이는 곳이다. 민족주의, 또는 내셔날리즘을 앞세워 인간을 우상시 하거나 높이는 것은 성서적이 아니다. 설령 어느 팀이 이겼다는 것이 그 민족에게 프라이드를 고무시키는 일이 되겠지만,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죄와 역경을 헤쳐 나가야 하는 일상의 인간에게 무슨 공헌을 하는 것일까?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우리는 성전을 찾아가 우리들의 풀과 같음을 고백하는 일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우리를 살게 하는 분은 우리를 지으시고, 우리 짐을 함께 져 주시는 그분임을 고백한다. 혹 인생사의 성공은 그분의 은총으로, 혹 실패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으로 받아드릴 준비를 하게 된다. 영웅으로 불리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로, 인생은 언젠가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그분의 부름에 응답하여 그를 찾아갈 준비를 하며 사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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