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대구.진주에만 있는 헛제사밥
<안동 헛제사밥>
안동은 퇴계 이황, 서예 유성룡 등 조선 시대 정치와 사상계를 이끌어 나간 사림들을 배출한 유래있는 양반의 고장이다. 양반 문화의 바탕이 된 성리학적 주자가례가 오랜 시간 전해 내려오면서 독특한 문화가 생겨났으니 예를 입각한 제사문화가 그것이다.
안동 헛제사밥은 안동지역의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등 유명 서원의 유생들이 쌀이 귀한 시절 제사음식을 차려놓고 축과 제문을 지어 풍류를 즐기며 허투루 제사를 지낸 뒤 제사 음식을 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안동의 헛제사밥이 상품화돼 식당 메뉴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8년부터이다. 당시 안동시가 안동댐 건설로 수몰 직전의 고가옥을 현재 야외박물관 자리로 옮긴 뒤 전통음식점으로 활용토록 하자 이곳에 입주한 조계행(76) 할머니가 ‘안동 칼국시’와 함께 처음 메뉴에 넣어 팔기 시작했다. 1년 뒤에는 헛제사밥만 전문으로 하는 까치구멍집, 민속촌 등 다른 음식점이 들어섰고, 90년대 들어 하회마을 입구와 임하면 등에 안동 헛제사밥이 자리 잡으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안동 헛제사밥 차림 안동 헛제사밥은 음복상의 모습 그대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제사에 사용되는 3색 나물(고사리 도라지 무채 시금치 콩나물 가지 토란 등) 한 대접과 각종 전과 적이 한데 담겨져 나온다. 산적에 간 고등어와 상어가 들어가는 것이 특이하다. 또 탕과 깨소금 간장 종지, 그리고 밥 한 그릇이 나온다. 탕은 어탕(어물로 끓인 것), 육탕(쇠고기로 끓인 것), 채탕(채소 위주로 끓인 것)의 삼탕이 모두 같이 섞여진 막탕(쇠고기, 상어, 명태, 오징어, 무, 다시마 등을 넣어 끓인 것)이다. 탕은 오래 끓여 맛이 담백하고 깊어 제사음식의 고유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제사 음식은 고추장과 마늘 등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 구수하고 담백하다. 헛제사밥을 먹을 때는 나물에 고추장을 넣지 않고 깨소금 간장으로 간을 해 비벼 먹는다. 제사밥이니까 당연히 그래야 제 맛이 나지만 최근 일부 음식점에서는 손님의 기호에 따라 고추장을 내놓기도 한다. 안동 헛제사밥에는 빠뜨릴 수 없는 음식으로 항상 안동식혜가 따른다.
식혜라 하면 흔히들 단맛의 음청류를 생각하겠지만 안동식혜는 무와 고춧가루물이 들어가는 독특한 음청류로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시큼하고 매운 맛과 함께 입 끝에 단 맛이 남는데 이 지역 음식 특성을 잘 보여준다. 불그레한 국물에 자잘한 무가 송송 떠있는 안동식혜. 출향인들이 겨울철이면 살얼음이 살짝 낀 식혜를 떠먹던 맛을 잊지 못해 ‘병이 날정도’로 이곳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맛’으로 인이 박혀 있다. 감주계 식혜(단맛의 국물이 많은 것)와 달리 끓이지 않으며 밥과 얄팍하게 썬 무와 엿기름, 우린 물과 생강, 고춧가루를 넣고 삭혀 만든다. 고춧가루와 생강의 매콤한 맛과 무가 어우러져 담백한 이 식혜는 항상 헛제사밥과 어울려 나온다.
<대구 헛제사밥>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고유풍습인 제례에 쓰여온 돔배기(상어고기)는 ‘토막고기’라는 뜻의 경상북도 사투리에서 유래되었다.돔배기 고기인 상어는 4억년이라는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지구상에서 살아남은 포유류다.상어 개개의 수명은 25년에서 100년이며 체중의 6∼8%는 연골이 차지하고 있다.2002년 12월11일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상어뼈 등이 발견됨으로써 대구·경북지방의 제례에 상어고기가 삼국시대부터 사용되었다는 추정을 하고 있다.
▲대구 헛제사밥의 유래
대구 헛제사밥도 진주, 안동 헛제사밥 처럼 유생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최영년이 쓴 [해동죽지]에 보면 ‘대구부’중에 허제반이 유명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팔공산 부근에 두어 군데의 대구 헛제사밥집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헛제사밥의 차림
헛제사밥의 메뉴는 제수음식과 동일하게 나온다. 기본적인 상차림으로 3적【육적,어적,소적(두부적)과, 3탕【명태,건홍합, 피문어】, 3색나물【숙주,고사리,시금치】, 김치, 쇠고기육전,조기대신 상어 돔배기,밥,국이 올라가는 대구의 제사음식을 중심한 상치림이어야 하나 현재 대구의 헛제
사밥은 조기가 올라가고 상어 돔배기가 올라가며 숙채위주의 간소한 한식 차림이다. 다만 제사음식처럼, 고춧가루나 마늘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 한식과 차별이 될 뿐이다.
<진주 헛제사밥>
진주 헛제사밥 역시 진주 지역의 유생들로 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주 헛제사밥은 유생들 뿐 만아니라 궁중에까지 그 맛이 소문나 궁중내직에서 외직인 진주관찰사로 부임하면 제일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진주 헛제사밥이었다고 한다. 진주 출신의 시인 고 설창수 선생의 생전 증언에 의하면 진주 헛제사밥 맛을 보기 위해 벼르던 어느 관찰사가 진주로 부임해 오자마자 아전에게 진주 헛제사밥을 시켜 차려 내온 상을 보고 호령을 한 후 다시 차려오게 하였으니 관아의 아전이 차려온 헛제사밥은 제사음식의 형식만 갖추었을 뿐 향내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진주 헛제사밥은 음식을 장만할 때 반드시 향불을 피우고 차렸다,
▲진주 헛제사밥 유래
진주 헛제사밥은 60년대 이전까지 진주냉면과 함께 진주의 야참음식으로 사랑을 받다가 한 동안 사라졌다. 1999년 필자가 진주냉면과 함께 재현을 위해 부산 PSB, 경남일보 등에 보도하면서 현재의 진주 헛제사밥집이 유일하게 장사를 시작하면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지금은 마산등지에서까지 성업 중이다.
▲진주 헛제사밥의 차림
진주를 중심한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기제사를 모실 때 마련하는 제물 중에 제음, 제탕, 숙채, 적, 생과 등이 있다. 수효를 맞추어 장만을 하는 관습이 있다. 탕이 삼탕이면 숙채 즉 나물도 3채가 되고 적도 삼적, 실과도 3과가 된다. 나물의 수는 일곱가지로 맞추는 수도 있다. 삼채나물은 백색은 콩나물, 푸른색은 배추나물, 누른색은 고사리나물로 한다. 오채나물은 백채로 무나물을 더하고 청채로 호박나물이나 쑥갓나물 등을 더하여 다섯가지가 된다. 칠채나물은 백채로 숙주나물을 더하여 일곱가지가 된다.
계절에 나오는 나물들은 사용하며 식품의 색깔을 가지고 배합을 한다. 자연스럽게 계절의 나물로 숙채를 마련하는 것이다. 대개의 헛제사밥은 기제사를 축소한 삼탕, 삼채, 삼적, 삼과를 중심으로 차림을 하고 조기를 쪄 낸다. 진주 헛제사밥에 곁들여 내는 진주유과와 감주 진주유과의
맛은 예로부터 조선 제일이라 하였다. 진주 헛제사밥에는 이 진주 유과와 식혜(감주)가 함께 곁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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