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매해 투표장에 가야 했다. 2002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그레이 데이비스를 뽑았다가 2003년엔 그를 소환투표로 몰아내고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새 주지사로 뽑았으며 2004년엔 대통령 선거를, 2005년엔 8개의 주민발의안이 회부된 특별 선거를 치렀다. 거기에 더해 중간선거와 대선 때마다 예선이 있었고 LA 주민들은 따로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시장도 새로 뽑았다. 1년에 2번꼴로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이래서 요즘 생겨난 용어가 ‘투표 피곤증’이다. 계속되는 선거에 유권자들이 지친 것이다.
나타나는 첫 증세는 투표율 저조다. 다음주 화요일인 6일 시행되는 캘리포니아주 예선이 바로 이 투표 피곤증의 첫 희생물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예선엔 익사이팅한 요소도 별로 없다. 후보도 대개 낯설거나 무미건조해 보인다. 주 고위공직자들끼리의 자리 바꾸기 게임 같기도 하다. 부지사는 보험 커미셔너에, 보험 커미셔너는 부지사에 출마했으며 검찰총장은 재무관에, 재무관은 주지사에, 조세형평국 위원장은 감사관에, 감사관은 주지사에 출마했다.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민주당 주지사 후보 지명전인데 두 사람 다 지명도도 낮고 이슈도 덤덤해 유권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피곤에 무관심까지 겹쳤으니 투표율 저조는 불 보듯 훤하다.
그러나 기권해 버리기엔 이번 예선은 너무 중요하다. 그 결과가 우리 생활과 직결된다. 두 개의 주민발의안도 회부되어 있다. 도서관 확충을 위한 공채발행안 프로포지션 81과 프리스쿨 전면 확대를 위한 고소득층 증세안 프로포지션 82다. 400억달러 규모의 세금업무를 관장하는 조세형평국 위원직에 2명의 한인도 입후보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이른바 ‘핵심 유권자’의 표심이 그대로 선거 결과에 드러난다. 보수적인 백인 장년과 노년층이다. 그래서 여론조사에선 백중세인 프로포지션 82도 투표율이 낮으면 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투표는 예산집행, 범죄, 교육, 이민 등 모든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이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는 법 제정의 수단도 되지만 한 집단의 힘을 저울질하는 척도도 된다. 소수계 이민자들의 투표 참여는 절대 포기해선 안 될 의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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