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곧추선 이순신 시멘트상이 파랗다
온통 바다 아래 잠겨버린 듯하다
폐교 운동장 침범하는 학교 앞
새로 핀 유흥가 불빛 때문인가
어떤 밤엔 발갛게 달아오를 때도 있다
운동장 넘보는 건 취한 불빛뿐만 아니다
누가 애완하다 버린 짐승들 동네 떠나지 않고
없어진 애들 찾다 이순신의 어둠 뒤져 노략질한다
밤의 폐교 안은 내란의 바다처럼 들떠 있다
아이들 소리 하나하나 풍선처럼 떠올라 사라진 하늘엔
별들만 왁자지껄, 은바늘 쌤통 뾰루지들 돋아 있다
지난달 한국에 갔다가 시골엘 들렀다. 건물만 남아있는 폐교가 있었다. 아이들을 낳지 않는 것 때문이라고, 시골을 떠나 도회지로만 가는 젊은이들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한다. 이순신 시멘트조각상은 푸른 이끼를 뒤집어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고 정통과 전통은 버려진 애완용 짐승들의 어수선함으로 변해버린 현실. 갈수록 폐교는 늘어만 가고 있으니 이순신도 아이들도 사라지고 있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누가 지킬까.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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