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을 괴롭히는 전립선암에 대한 궁금증이 풀려가고 있다. 한 연구팀이 전립선암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변형 유전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개가로 전립선암 환자들의 치료방법이 환자의 유전자에 따른 소위 ‘맞춤형’으로 개발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이슬랜드의 유전자 연구회사인 디코드 지네틱스(DeCode Genetics) 연구팀의 이번 발견으로 흑인들이 유난히 전립선암에 많이 걸리는 이유에 대한 상당히 분명한 답을 얻게 됐다.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변형 유전자가 흑인들에게서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 문제를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다.
‘염색체8번’에 위치한 암 유발 ‘변형 유전자’ 첫 발견
흑인 남자 변형 유전자 보유 보편화, 발병률 백인의 2배
문제의 유전자 보유자, 비보유자보다 60% 더 위험
진단 테스트 개발 박차… 증세 따른 ‘맞춤형 치료’가능
전립선암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병한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그리고 유전적인 요인은 규명하기가 어렵다. 한 가계나 인종에게서 유전적인 요인이 발견되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다른 인종에게도 동일한 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일반화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에 게재된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을 유발하는 변형 유전자가 아이슬랜드의 남자들에게서 발견됐고 이어 스웨덴, 또 미국의 두 지역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의 브로드 인스티튜트(Broad Institute)의 의학유전학자 데이빗 알트슐러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4개 인구 군에서 동일한 결과를 발견했으므로 통계학적으로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전립선암과 변형 유전자의 관계를 보다 면밀히 연구해 환자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이 변형 유전자는 유럽 남자의 약 13%가 보유하고 있다. 이 변형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 발병률이 60%나 높다. 그리고 이 변형 유전자가 전립선암 발병 원인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디코드 지네틱스 연구팀장인 로피 애먼데이도티어 박사는 밝혔다.
흑인 남자의 경우 이 변형 유전자가 다른 인종에 비해 보편화 돼 있어 전립선암을 촉발할 위험이 다른 인종에 비해 두 배나 높은 것으로 이 연구논문은 지적했다. 디코드 지네틱스의 케리 스테판슨 박사는 “전립선암은 흑인남자들에게서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했다.
스텐판슨 박사는 이어 이 변형 유전자는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주요한 유전자인 동시에 특정 지역이나 인종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다른 지역이나 인종에게도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과학적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전립선암 전문가인 윌리엄 아이작스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면서 “지금껏 질병과 관련해 한 인종 그룹에서 발견한 변형 유전자가 다른 인종 그룹들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 번에 새로 발견된 변형 유전자는 아이슬랜드 남자들에게서는 보편화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슬랜드 남자들은 전립선 비대증에서 증세가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변형 유전자가 보편화한 흑인들은 전립선암으로 발전해 사망하는 경우가 잦다. 또 흑인이 백인보다 전립선암에 잘 걸리는 현상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바로 이 변형 유전자가 전립선암을 일으키고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악성 인자라는 뜻이다.
디코드 지네틱스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전립선암 진단 테스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의사들은 새로 발견된 변형 유전자를 근거로 해 만들어질 진단 테스트를 이용해 전립선 환자들의 치료를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방사선 치료를 할 것인지 아니면 전립선 제거 수술을 할 것인지 보다 공세적인 치료법을 구사할 수 있다.
특히 70세 이상 환자들에게 이 진단 테스트와 치료 기법이 보다 많이 사용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 변형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전립선 이상이 시간을 두고 전립선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변형 유전자 발견을 통한 진단 테스트 개발이 전립선암 발견과 치료에 실질적인 효과를 낸다는 점을 입증하려면 과학적인 연구가 추가돼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변형 유전자는 염색체 8번의 유전자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변형 유전자가 전립선암을 어떤 경로를 통해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혀 있다. 다음 연구의 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