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주의자들이 재산세를 둘러싼 공방으로 이례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자칫하다간 집을 빼앗길 형국에 처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물들기’ 경원시하는 미국 주류사회의 시스템으로 쓸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고 당혹해 하고 있다. 유타주의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 원리주의교회(Fundamentalist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 Day Saints)의 신도 약 8,000명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지내고 있다. 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이 교회를 이끌던 지도자 워렌 제프스가 미성년과 성인간의 일부다처 관계를 주선한 혐의를 받아 피신해 있어 이 교회의 독특한 세금납부 시스템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수백 가정에 대한 재산세 130만달러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돼버렸다. 마감일이 지나면서 액수가 점점 더 불어나고 있다.
유타 힐데일·애리조나 콜로라도시티 두 커뮤니티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 원리주의 교회 8,000여 신도
실정법 위반 혐의 교회지도자 피신으로 ‘일괄 납부’ 시스템 마비
교회 측 신도들에 납부거부 지시…주 법원은 징수 대리인 지명
일부 신도 세금납부 ‘이탈’… 솔트레이크시티 몰몬 교회와는 무관
교회의 현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세금을 납부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솔트레이크시티의 회계사 브루스 와이슨은 재산세를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법원 판사는 와이슨에게 이들 신도 가운데 대다수가 거주하는 지역의 토지에 대한 감독권을 부여했다. 이 토지는 교회가 설립한 신탁회사가 오랜 세월 관장해 오고 있다.
와이슨은 곤혹스럽다. 주민들과 접촉도 안 되고 납세 독촉 서한을 발송해도 감감 무소식이다. 일부 서한은 개봉도 안된 채 우체국 바닥에 널려 있기도 했다. 편지를 받은 신도들의 항거 표시다. 와이슨이 직원들로 하여금 유타의 힐데일과 인근 애리조나주 콜로라도시티의 커뮤니티를 가가호호 방문하도록 했지만 주인은 집에 없기 일쑤이고, 일부 주민들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집 주위에 담을 쌓기 시작했다.
와이슨은 어렵사리 주민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타운 홀 미팅을 열었다. 40여명이 참석했다. 어르고 달래고 위협도 하고 해서 가능한 주민들이 재산세를 납부하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돈을 교회 지도부가 모아 내던 방식에서 벗어나 주류사회에 합류하라고 종용했다. 만일 납세를 거부하면 집을 빼앗길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와이슨 자신이 세금납부를 계속 거부하는 주민들을 집에서 쫓아낼 수도 있음을 상기시켰다.
주법원 판사가 와이슨에게 재산세 징수와 관련한 감독권을 부여한 것은, 교회 지도부가 최근 수년간 여러 가지 소송에 휘말려 있는데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적합한 당사자들이 없어 주민들의 복리를 손상할 위험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회측은 법원이 와이슨에게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자 신도들에게 교회기금을 내지 말도록 했다. 이 기금은 교회가 신도들로부터 거두어 재산세로 일괄 납부하는 데 쓰였다.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일부다처 커뮤니티인 힐데일과 콜로라도시티는 얼듯 보면 다른 농촌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집들이다. 기숙사처럼 높이 올라간 건물에 창문들이 LA의 아파트처럼 줄지어 있다. 그리고 일부 건물은 아직 공사 중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건물은 주민 자체 돈으로 짓는다. 이 커뮤니티는 빚을 거의 얻지 않는다. 돈이 마련되면 이처럼 공동주택을 짓는다. 벽은 돌이나 나무로 만든다. 길가에 도열해 있다. 담이 높아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다. ‘침입금지’라고 적힌 큰 표지가 세워져 있다.
문제의 토지에 집을 짓고 사는 주민의 수는 정확치는 않지만 8,000명에서 1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토지관리 신탁회사의 자산은 1억1,000만달러 정도. 이 수치도 좀 더 정확한 조사를 필요로 한다. 솔트레이크시티에 본부를 두고 있는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는 이 원리주위교회와 무관하다.
말일성도예수그리스도교회는 1890년 유타 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조건으로 일부다처제를 포기했다. 이 때 원리주의 교파가 이를 신의 뜻에 반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하면서 떨어져나갔다.
아무튼 와이슨은 타운홀 미팅에서 기소된 지도자 워렌 제프스와 가까운 한 가정이 1만4,000달러의 재산세를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와이슨은 내야 할 세금이 많은 지역 부유층 75가정을 파악해 재산세 징수를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와이슨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귀결될지 전망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과거 몰몬 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1847년 유타주로 이주한 것처럼 원리주의 교회 신도들이 서부지역이나 캐나다로 이주할 가능성을 점쳤다. 또 다른 사람들은 폭력사태를 우려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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