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잇단 상륙불구 흥행 부진
“시장분석 없이 무리한 진출”지적도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영화들이 잇달아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원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대규모 관객동원에 성공한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 주요 작품들은 미국시장에서 한인 및 일부 아시아계 관객들을 끌어들이는데 그쳤다. 또 지난 18일 할리웃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열린 곽경택 감독의 ‘태풍’ 레드카펫 프리미어 시사회에서도 현장을 차지한 팬들은 한인과 중국, 베트남계가 주를 이뤘다.
LA 영화비평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인 칼럼리스트 박흥진씨는 미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내용 부재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자막이 나오는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거부감도 한국영화의 미 시장진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우 내용이 미국인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할리웃식 과대 특수효과를 이용한 영화는 이미 이곳에서 식상할 정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거부반응을 불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과 문화적 연계성이 깊은 유럽영화도 미국시장에서 제대로 발을 못붙이는 상황에서 ‘한류’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미 영화산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정확한 시장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사무소(KOCCA)도 미국 영화시장의 높은 벽을 허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화 업계의 인프라가 전세계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할 만큼 제작비 규모, 인력, 기술, 창의성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상황에서, 아시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만을 믿고 시장에 뛰어 들기에는 한국영화산업의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700만달러의 수입을 거둔 주성치 감독·주연의 ‘쿵푸 허슬’을 포함해 지난해 미주 지역에 개봉한 수입 영화 중 100만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거둔 작품은 고작 10편 정도에 불과했고, 한국 작품은 없었다.
신항우 KOCCA 소장은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미국인들에게 외국 특히 동양 문화가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며 “다행히 최근 자국 문화 중심의 미국 영화시장이 다문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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