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에서 태어난 여아 칠로이는 조산아다. 그리고 정밀 검사 결과 태중에 있을 때 코카인에 노출됐다. 어머니 옥사나(34)가 임신 중 마약을 한 때문이다. 미네소타 감리교 병원 직원이 지역 아동보호관계자에게 연락했다. 과거 같으면 칠로이는 보호소에 맡겨졌을 게다. 그러나 미네소타 주가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하면서 일종의 가해자인 어머니 옥사나가 딸을 되찾기가 쉬워졌다. 과거엔 ‘단죄’에 무게를 두었으나 이젠 ‘갱생’에 중점을 둔 것이다.
미네소타 ‘얼터너티브 리스판스,’ 처벌보다 갱생 초점
가족·친지·비영리단체·정부기관 등 협조 네트웍 구축
학대 반복, 2002년 16.1%에서 2004년 5%로 급감
마약복용 의심가면 친지가 가정용 테스트 기기로 검사
양성반응 땐 어린 자녀 안전한 임시거처로 옮겨져
미주리·버지니아 등 주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 실시
벨라루스에서 9년 전 이민 온 옥사나는 딸을 되돌려 받기 위해 마약치료를 받기로 소셜워커들과 만나 약속했다. 그리고 안전한 곳에서 살기로 했다. 또 딸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기로 했다. 아울러 상태의 호전을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확인’받아야 한다는 부분에도 동의했다. 조금 과장하면 마을 전체로부터의 감시를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징계보다는 옥사나-칠로이 모녀의 정상적 삶 회복에 목표를 둔 접근법이다.
칠로이의 친할머니 데브는 며느리의 마약복용 때문에 손녀가 큰 피해를 입게 된 데 옥사나와 자신의 아들 스캇에게 화가 치밀었지만 며느리의 친척이 미국에 없는 터라 며느리 옥사나의 갱생에 대한 ‘감시인’의 역할을 맡기로 했다. 손녀딸 칠로이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 분을 삭였다.
부모로부터 학대당하고 방치된 채 자라는 어린이들의 스토리는 끊이지 않는다. 얼마 전 뉴욕에서는 4세, 7세 어린이가 각각 다른 부모의 손에 의해 무참히 살해됐다. 지난 2월에는 노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한 여성이 4세 난 입양아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성은 플래스틱 파이프로 아이를 때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경우 대다수 주에서는 학대당한 아이를 가해자와 격리시키거나, 아니면 가해자와 함께 살게 하는 양자택일을 한다.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미네소타의 접근 방식은 이에 비하면 한결 합리적이고 ‘모두에게 좋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문제의 범위를 가해자와 피해자에서 주변 가족과 친지, 마을, 비영리단체, 정부기관으로 확대함으로써 감시망을 넓히고 가해자에게 적절한 갱생 조치를 실천하도록 하는 양면전략이다.
옥사나의 경우, 만일 마약에 다시 손을 댄 것 같은 의심이 들면 언제든지 남편 스캇의 친척이 스캇의 집에서 옥사나를 테스트할 수 있다. 가정용 마약테스트 기기를 사용하면 간단하다. 만일 옥사나에게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딸 칠로이를 집에서 인척이 데려간다. 물론 한시적으로 말이다. 그러나 옥사나의 시집 식구들이 모두 자녀를 키웠거나 키우고 있어 관련법규 상 칠로이를 영구히 맡아 기를 수 없다. 옥사나가 마약을 끊지 못하면 딸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아닌 보호소에 영영 맡겨야 할 판이었다. 다소 ‘느슨한’ 프로그램이지만 옥사나로서는 이를 악물고 견뎌내야 했다.
이처럼 미네소타의 ‘얼터너티브 리스판스’(Alternative Response) 프로그램은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손을 쓰는 방식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게 나타난 뒤 가해자를 찾아내 응징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가 고착되기 전에 이를 와해시켜 가정의 행복을 회복하려는 것이다. 미네소타에서는 옥사나가 사는 옴스테드 카운티를 포함해 20개 카운티가 이 방식을 시험 운영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부모가 다시 자녀 학대 행위를 하게 되는 비율은 2002년 16.1%였는데 2004년 5%로 급감했다.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 주 정부 예산을 조금이나마 절약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문제 가정 당 연간 200달러가 절약됐다. 미네소타의 프로그램이 성공하자 미네소타는 이 프로그램을 주 전체로 확산했다. 미네소타 프로그램의 성과가 가시화 하면서 미주리, 버지니아 등 다른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카운티 정부 차원에서 집행된다. 그러다보니 카운티 간 대화 창구는 열려 있지만 일관된 집행이 곤란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카운티별로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고, 상태의 심각성 때문에 친지들의 ‘감시’만으로는 갱생이 거의 불가능한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느슨한’ 프로그램에 내맡겨두다가 영영 회복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네소타의 프로그램은 부모와 어린 자녀 간 단절 기간을 가능한 줄이는 프로그램이다. 옥사나는 칠로이를 출산하고 수개월 뒤 남편 스캇 가족을 만났다. 마약을 끊었으니 가족들이 이해하고 도와달라고 애원했다. 옥사나는 소셜워커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몇 시간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는 딸을 정기적으로 만났다. 상태가 좋아지면서 옥사나는 딸을 오랫동안 만날 수 있게 됐다. 칠로이는 매주 이틀 밤은 부모와 같이 지낼 수 있게 됐다. 그러다 지난 2월 마침내 칠로이에 대한 완전한 양육권을 회복했다. 칠로이는 지금 10개월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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